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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석 구미지역위원회 위원·정치학박사
배짱은 어떤 일을 대하는 담력으로, 배포 또는 깡다구라고도 한다.

속담에 ‘담이 크다, 대담하다,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다’라고도 표현하기도 하며 단단히 다져 먹은 속마음으로 조금도 굽히지 않고 배를 내밀며 버티는 성품이나 태도라는 뜻이다.

세기의 핵 담판에서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주목하는 전략가들의 공통적인 평가는 배짱에서 출발한 외교라는 시각이다. 나이나 여러 가지 조건에서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을 만큼의 차이성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정상의 배짱은 타에 견줄 수 없을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세기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싱가포르회담은 두 정상이 같은 듯 다른 ‘배짱 외교’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련의 과정을 돌아볼 때 북미회담 전격 취소 발표와 연이어 북한의 긍정적 분위기 반전의 시도로 회담이 성사되기까지는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았다. 평창동계올림픽 이전만 해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위협은 불안의 연속이었으며, 더구나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위협에 “내 핵 단추가 더 크고 강하다 작동도 한다”고 응수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공개될 때는 한반도 위기와 정세의 불안은 최고조에 달했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면서 열린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핵심은 공동선언문이다.

‘새로운 관계 설정과 관계된 문제들과 한반도의 영속적이고 견고한 평화체제 건설에 대해 포괄적이고 심층적이고 진지한 의견을 교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안전 보장을 제공하기로 공약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그의 확고하고 변함없는 약속을 재확인했다’ 라고 선언문의 첫 장에서 언급한 구절은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보장이 함축된 선언문임을 보여준다.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새로운 관계 수립인 것이다. 궁극적 핵심은 비핵화 문제와 북미 관계의 정상화이며 이로써 북한은 정상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절차에 돌입한 것이며 미국은 이를 포용하여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합의문을 만든 것이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은 그동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으며 지구 상 마지막 남은 이념의 체제를 종식시키는 역사적 사건이다.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기관차와 같은 양국이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만든 북미정상회담의 합의문은 공통점을 가진 두 정상의 두둑한 배짱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전쟁은 국가 간의 대립으로 군사력을 사용하는 강제적 침략 행위이다. 과거나 현재나 전쟁의 피해는 참혹하며 그 후유증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비참하다. 이를 막고 예방하기 위한 국가적 처세술이 외교이며, 외교는 국가 간 대외적 관계를 정리하는 기술이다. 따라서 이번 싱가포르 북미회담은 전쟁을 예방하는 외교의 분수령이며 협상을 통해 인류평화의 주춧돌을 놓은 중대한 사건이다. 결국, 북미회담은 한반도의 휴전선을 중심으로 형성된 북한·중국·러시아에 대한 한국·미국·일본의 지정학 구도가 새롭게 짜이는 출발점이기도 하지만, 주변국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치열한 각축전이기도 하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이행을 위한 합의국 간의 구체적 노력이 필요하며 상호신뢰 속에서 이행될 것으로 믿는다. 배짱에서 시작된 핵 담판이 국제사회의 평화를 구축하는 시금석이 되어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 질서를 만들어간다. 신뢰와 진정성은 상대의 배려를 생산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꾼 역사적 사례는 많다. 지도자의 뛰어난 통찰력과 리더십이 위기의 한반도를 개선하여 평화정착의 기회를 만들었다. 풀어야 할 과제들과 후속조치들이 많지만, 평화의 길은 천릿길도 한걸음부터이다.

결론적 관점에서 볼 때 무모할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지만 두려워하지 않는 배짱이 있을 때 기회는 따라오는 것이다. 모험과 도전 그리고 용기가 변화를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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