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독립에 대한 우려는 민주정부가 들어선 상황에서 상당히 불식됐지만 이익집단이나 여론으로부터의 독립도 중요하다” 임기 6년을 ‘수도승 같은 생활’이라는 말을 들은 윤관 전 대법원장의 말이다.

그는 6년 내내 매일 점심을 구내식당에서 배달시켜 집무실서 혼자 해결했다. 공식 일정을 빼면 외부인은 물론 내부와의 접촉도 자제했다. 평판사들은 대법원장 뵙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는 8명을 둘 수 있는 비서진도 2명만 두었다. 4대인 관용차도 2대로 줄였다. 경찰의 수행경호도 거절했다. 정치적 문제나 민감한 사안이 있을 때 윤 대법원장은 나서기를 극도로 삼갔다. 영장실질심사제 시행 갈등, 로스쿨 논쟁, 법조비리 등으로 파문이 일었을 때도 대법원장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불구속 재판 확대 등 인권신장에 기여한 그의 각종 사법개혁 작업은 조용히 이뤄졌다. 윤 대법원장의 자중의 모습이 ‘법관의 정도’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조무제 전 대법관은 “보편성을 잃은 주장이라면 아무리 목청 높게 눈앞에 다가서는 여론이라 할지라도 그로부터 초월할 수 있어야 한다”며 여론으로부터의 독립을 강조했다.

“개혁성과 진보를 내세운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의견이 법원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은 사법부의 심각한 위기”라면서 사의를 표명했던 강명섭 전 서울중앙지법원장은 “법관은 진보도 보수도 안 되며 백지상태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냈던 한 판사가 인터넷 게시판에 “우리법연구회의 다수 회원이 지지하는 대법원장이 취임하셨고, 연구회 출신 변호사가 대법관에 제청됐다. 법원 주류의 일원으로 편입된 이상 기존 주류의 잘못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법원을 ‘우리 편’과 ‘저들 편’으로 쪼개는 망발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재판거래’ 의혹과 사법 행정권 남용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사법 대란’이 편 가르기 갈등으로 비쳐 지고 있어 법관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자중해야 할 대법원장의 신중치 못한 언행이 ‘사법 대란’을 부채질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법원장은 자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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