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분야 전문가들과 협업, 충분한 시간 갖고 대응책 마련

크리스티나 꼴레띠니 이탈리아 문화부 라치오주 문화재 보존·위기대응 총담당 건축가가 경북일보와 인터뷰에서 로마에 산재한 문화재를 지진으로부터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윤관식 기자 yks@kyongbuk.com
1. 9·12 경주지진 그 후
2. 11·15 포항지진 그 후
3. 이탈리아 아마트리체 지진현장을 가다
4. 로마에 산재한 문화재, 그리고 지진피해 복구·예방대책
5. 이탈리아 문화재 담당자 인터뷰
6.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문화재 지진피해 복구·예방대책

크리스티나 꼴레띠니 이탈리아 문화부 라치오주 문화재 보존·위기대응 총담당 건축가가 서기 80년에 완공된 원형경기장 콜로세움이 지진에 얼마나 안전한지를 설명하고 있다. 윤관식 기자 yks@kyongbuk.com
2016년 8월과 10월 이탈리아 중부 산악도시에서 발생한 지진은 지난해 1월과 4월에도 규모 4.0 이상의 여진으로 이어졌고, 지금도 규모 2.0 이상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수도 로마에서도 진동이 감지됐고, 일부 문화재나 건축물에 금이 가는 등 작은 피해를 입기도 했다. 콜로세움을 비롯해 포로 로마노, 판테온 등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문화재를 품은 문화재의 보고 로마도 더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로마시를 포함한 이탈리아 라치오주 내에 산재한 문화재와 건축물을 재난으로부터 보존하고 복구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크리스티나 꼴레띠니(Cristina Collettini·여) 건축가에게서 지진에 어떠한 대비를 하고 있는지를 들었다.

△ 아마트리체, 더디게 상처를 보듬다

크리스티나 꼴레띠니 이탈리아 문화부 라치오주 문화재 보존·위기대응 총담당 건축가는 경북일보와 인터뷰 자리에서 2016년 8월 강진에 폐허가 된 중부 산악도시 아마트리체의 상처를 먼저 보여줬다.

처참하게 무너져내린 성 프란체스코 성당 등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여주던 그녀는 “아마트리체 외곽을 포함해 100여 개의 교회 중 20여 개가 완전히 무너지고 80여 개가 심각하게 파손됐다”며 “남아 있는 벽체 등 구조물이 더는 무너지지 않도록 보강했지만, 고귀한 역사가 사라져버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거운 시멘트 지붕을 약한 벽돌이 받쳐주지 못해 피해가 더 컸다”며 “2016년 8월 이후 예상하지도 못한 지진이 잇달아 발생하는 바람에 미처 대비하지 못했다. 지금도 여진이 이어지는 상황이지만, 조금씩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의 안전시스템을 마련해나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벽돌 등 지진에 허술한 건축재료로 만든 건축물이 안전하게 버텨주리라 믿는 것 또한 앞뒤가 맞지 않다”는 설명을 보탠 뒤 “잔해더미 속에서 보존가치가 있는 것들을 찾아내는 일을 마무리한 뒤 더디지만 정확하게 복구작업을 진행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 로마, 안전지대에서 지진대비 도시로

이탈리아 중부 산악도시에서 강한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는 로마는 평화로웠다. ‘이탈리아에서 지진 가능성이 가장 낮은 도시’로 지정될 정도다. 그래서 꼴레띠니씨는 “강진이 발생한 곳은 애초에 지진 위험지역이었고, 로마는 아니었다”고 했다. 하지만 “2016년 아마트리체 등 중부 산악도시 지진 이후 로마에까지 진동이 이어졌고, 문화재나 건축물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과 컨트롤이 시작됐다”면서 “로마도 이제 영원한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2009년 아마트리체와 라퀼라 지진 이후 이탈리아 총리 지시로 2011년 2월 9일 ‘Linee guida per la valutazione e riduzione del rischio sismico del patrimonio culturale, con riferimento alle Norme tecniche per le costruzioni’라는 이름의 법안을 마련한 상태다. 문화유산의 지진위험을 줄이기 위한 일종의 지침 같은 것이다.

꼴레띠니씨는 “이 법에 맞춰 로마에 있는 모든 문화재나 역사적 건물에 대해 원형을 변형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간단한 안전시스템을 도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나와 같은 건축가 5명이 콜로세움 등 로마 시내에 있는 4개 건축물에 대한 안전시스템 마련을 위한 연구를 진행했고, 예산을 확보해 지진 진동에 대비하는 방안을 연내로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했다.

한 예로 서기 80년에 완공돼 2000년 동안 건축재료 약탈 등의 방법을 제외하고는 크게 훼손되지 않고 건재한 원형경기장 콜로세움을 내세웠다. 200~300년 단위로 강한 지진이 발생했음에도 콜로세움은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꼴레띠니씨는 “진원의 깊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콜레세움은 규모 6.0 정도의 지진까지는 버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아치, 볼트 건축 기법에다 2000년을 견디는 로마 콘크리트로 결합한 특성도 모두 고려했다”고 말했다.

크리스티나 꼴레띠니 이탈리아 문화부 라치오주 문화재 보존·위기대응 총담당 건축가가 경북일보와 인터뷰에서 2016년 8월 강진으로 폐허가 된 중부 산악도시 아마트리체의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윤관식 기자 yks@kyongbuk.com


△ 다양한 분야 전문가 협조체제 중요


건축 문화재 보존과 관련해 중앙정부의 정책집행과 관리, 감독업무를 수행하는 크리스티나 꼴레띠니씨는 ‘문화재 전문감독관’이라고 할 수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에서 문화유산의 지진위험을 줄이기 위한 지침이 현장적용과 관리업무를 맡고 있는데, 이탈리아는 1992년부터 각종 위험정보와 문화재 상태를 담은 문화유산에 대한 위기지도를 작성해 문화재보호와 재난예방의 기초 데이터로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도 보탰다.

꼴레띠니씨는 “재료의 특성에서부터 건축물이나 문화재의 형태, 개별 특성 등을 모두 고려해 공부하고 그에 맞는 안전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며 “로마의 문화재와 건축물은 워낙 다양한 탓에 한국의 경우와 같이 불국사 등을 모형으로 만들어 지진 발생 시 피해를 예측하는 시스템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재료와 형태를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시스템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이탈리아 정부는 필드에서 활동할 많은 전문가를 만들거나 예산을 확보해 지원해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고, 지진이 빈번하지 않은 로마의 경우에는 예방 시스템을 만드는 데 많이 할애해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진이 일어났을 때 현장 대응에서부터 복구, 보존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항상 협업을 한다. 협조체제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급하게 현장을 청소하거나 치워버리기보다는 충분히 시간을 갖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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