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구축함 2척, 대만해협 통과"…대만군 동행 감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군함이 ‘중국의 앞바다’인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미중 양국의 경제관계 악화가 군사적 대치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8일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대만 국방부는 전날 미국의 이지스 구축함 머스틴(DDG-89)과 벤폴드(DDG-65)가 7일(현지시간) 오전 대만해협에 진입해 북동쪽으로 항해했다고 밝혔다.

대만 국방부는 미국 측이 구축함의 대만해협 통과 전에 통보를 해왔으며, 대만군은 규정에 따라 주변 해역과 상공을 통제하고, 전투기와 군함을 파견해 동행 감시했다고 밝혔다.

머스틴과 벤폴드는 각각 배수량 9천200t, 8천900t의 알레이 버크급 이지스 구축함으로 북태평양 해역을 담당하는 7함대 모항인 일본 요코스카(橫須賀) 기지에 배치돼 있다.

미국 군함의 대만해협 통과는 공식적으로는 11년만이다.

미국은 2007년 11월 항공모함 키티호크의 대만해협 통과 작전을 벌인 적 있고, 1995년과 1996년 양안 미사일 위기 당시에도 대만해협에 항공모함 2척과 전투기를 파견해 중국에 경고한 바 있다.

미 해군 구축함이 지난해 7월 대만해협에 진입한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함 전단의 움직임을 추적한 적 있지만 대만 국방부 측은 이를 공식 인정하지 않았다.

대만 주변해역에서 미 군함의 활동사실을 대만 당국이 먼저 공개한 것도 2016년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취임 이후 처음이다.

미국의 이번 구축함 파견은 중국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초 익명의 미국 관리를 인용해 미국이 연내에 자국 항공모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작전을 검토했지만 중국을 자극할 우려 탓에 궁극적으로 이 작전이 실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이 검토했던 항모 대신 구축함 함대를 동원해 대만해협 통과 작전을 벌인 것은 무역, 군사, 외교 등 여러 분야에서 갈등이 첨예화하는 중국을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 압박하겠다는 의도가 짙다.

딩수판(丁樹範) 대만 정치대 명예교수는 “이번 작전은 대만을 상대로 한 중국의 부정적 행위에 미국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과시한 것”이라며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보여주는 메시지로 해석했다.

딩 교수는 이어 앞으로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돼 중국이 군용기, 군함을 대만해협에 전진 배치하며 대만에 더 큰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실제 대만해협에서는 최근 중국의 무력시위와 대만의 대응 행동으로 긴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2일 중국 해군의 052C형 중화(中華) 이지스 구축함과 054A형 미사일 프리깃함이 대만 동부 해역에 일주일 이상 머물렀으며, 한때 대만 영토에서 60해리 거리까지 접근하기도 했다.

홍콩 명보(明報)는 전날 사평(社評)에서 “미중 무역전쟁은 양국의 대립이 최고조에 달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미국은 중국이 굴하지 않으면 다른 수단으로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트럼프 행정부를 매파 인사들이 장악하고 미 의회의 여야 모두 대중 강경입장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앞으로 외교군사 수단을 강화해 대만 문제와 동중국해, 남중국해 문제 개입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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