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文 대통령 투자요청에 8월 화답 예상
미래자동차·사물인터넷 등 인프라 장점 내세우고
비즈니스 최적지라는 인식 시킨 뒤 러브콜 보내야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 도착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행사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연합
삼성그룹이 빠르면 8월에 국내 일자리와 투자 확대 방안을 발표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인도에서 깜짝 회동을 갖고 이를 주문했고, 삼성도 일자리 정부를 내세운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80년 전 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가 대구 중구 인교동에서 문을 연 덕분에 대구는 삼성의 발원지로 통한다. 그렇지만 2000년 삼성상용차가 대구를 떠났고, 지금 남은 것은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삼성창조캠퍼스 등이다. 삼성의 직접적인 투자는 전무한 현실이다. 경북 구미에 있던 삼성전자의 휴대전화와 가전제품, LCD 생산 라인이 2010년부터 베트남으로 옮겼고, 네트워크사업부 일부를 경기도 수원으로 이전할 계획이어서 지역민들의 충격과 걱정이 더 커지고 있다. 이에 경북일보는 미래형 자동차, 물 산업, 의료, 사물인터넷 (IoT), 신재생에너지 등 5대 신산업을 중점 육성하고 있는 대구가 어떠한 전략으로 삼성에 접근해야 하는지를 짚어봤다. 결론은 구태의연하게 감정에 호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투자의 최적지라는 장점을 바탕으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템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불타오르다 꺼진 불

삼성을 키운 도시라고 자부하는 대구는 실제로는 삼성과의 끈이 연결돼 있지 않다.

2014년 9월 15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 방문 이후 확대 개소한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는 삼성의 노하우를 잇는 벤처들의 요람으로 불리는 데 우수 스타타업의 창업과 지원을 돕는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지역 창업 허브, 혁신성장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센터는 2015년부터 2년간 지금은 삼성물산에 흡수된 패션 브랜딩 전문회사 제일모직, 대구 지역 섬유회사 20곳과의 협업을 통해 소재 개발에 나서는 프로젝트 C-패션을 추진했다. 그러다 정권이 바뀐 뒤 중단됐다.

대구시 또한 이 센터를 중심으로 삼성그룹의 임원들과 연결고리를 만들어 삼성의 대구 투자 유치에 대한 끈을 이어왔었는데, 박 전 대통령 탄핵과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등 악재가 겹치면서 불꽃이 꺼져버렸다.

특히 대구시는 전기자동차 등 미래형 자동차 부품 산업을 삼성에서 유치하고자 시도했었다.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모듈, 배터리, 센서 모터 등 자동차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삼성 측에 미래형 자동차와 관련한 기반이 갖춰진 대구와 협업하자고 제안했다. 당시 대구시 투자통상과장을 지낸 안중곤 일자리기획관은 “카티아라는 프로그램을 독점 공급하는 프랑스의 다소 시스템이 설계를, 삼성이 구체적인 연구개발을 맡아서 부품업을 해보자는 큰 그림을 제안한 바 있다”면서 “고도의 기술력 있는 삼성의 부품산업을 대구에 유치하고자 했는데, 자동차 시장에 큰 흥미를 갖지 않는 삼성의 특성 등이 작용해 성과는 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880여 개의 자동차 부품회사와 지능형자동차부품연구원, 자율자동차 실증도로, 풍부한 전기차 충전소 등 대구만의 장점도 내세웠지만, 흥미를 끌지 못한 것이다.

정해용 당시 대구시 정무특보도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를 중심으로 삼성전자, 삼성밴처캐피탈, 삼성물산, 등의 임원들과 접촉하면서 대구 5대 신산업과 접목한 투자 유치를 시도했었고, 전기자동차 관련 산업 유치도 제안했다”면서 “아쉽게도 호응은 없었다”고 말했다.

△ 구미에 당기는 미끼를 던져라

대구 동구청과 대구시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에게 투자 유치를 위한 구애작전을 폈다. 선조들의 묘가 있는 동구의 구청장은 명절에 벌초 서비스까지 해줄 정도였다. 하지만 손정의 회장은 어느 나라가 되든 창의성만 있고 대화가 된다면 누구나 파트너십을 맺는 스타일이다. 그렇게 호소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손정의 회장이 자금을 댄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과 대구와 첨단물류센터 등 다양한 협업을 하고 있는데, 오히려 동구에 있는 조상 묘를 내세우기보다는 쿠팡을 통하면 더 빠를 것”이라고 했다.

안중곤 일자리기획관은 “막연하게 대구에 무엇인가를 해주기를 기대하는 것보다 대구가 삼성의 비즈니스 최적지라고 인식할 만큼의 장점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2016년 삼성 측에 대구의 풍부한 전기자동차 관련 인프라를 내세운 것도 그러한 맥락”이라고 했다.

김영철 계명대 경제금융학전공 교수는 “삼성은 대구와의 연고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면서 “삼성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템을 제시하는 게 상책”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국가 전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대기업들이 머리를 맞대 고민하고, 국가 전체적으로 대기업이 지역에 골고루 분산 투자해 미래성장을 도와야 한다는 공감대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순회취재팀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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