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약볕·달아오른 백사장 영향···관광지·해수욕장 피서객 급감
해 지고 나서야 해변찾아 산책···빙상장 등 실내 피서 인기몰이

재난 수준의 폭염이 연일 계속되자 사람들이 바깥 활동을 기피하고 있다.

경북 도내 주요 관광지를 찾는 방문객도 전반적으로 줄어 여름 특수를 기대한 상인들은 울상이다.

맑은 날이 손에 꼽힐 정도로 비가 자주 내린 지난해와는 정반대로 올해는 너무 맑고 더워서 탈이다.

29일 포항시에 따르면 포항 내 6개 해수욕장을 찾은 방문객 수는 242만3600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24만7700여 명에 비해 17만5900명 상당이 늘었지만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된 포항국제불빛축제를 찾은 ‘반짝 방문객’이 184만 명에 이르러 실질적인 피서객 수는 오히려 줄었다.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인 곳은 월포해수욕장이다.

지난해 해수욕장 개장 이후 7월까지 37만1000여명이 이곳을 찾았으나 올해는 약 22만8500명이 찾아 38.5%(14만2500명)가 격감했다.

본격적인 피서철에 접어들었음에도 해수욕장을 찾는 발길이 뜸한 이유는 꺾일 줄 모르는 폭염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해수욕장 피서객 집계가 이뤄지는 오전 11시∼오후 3시에는 햇볕이 너무 뜨거워 텅텅 비고, 해가 지고 나서야 바닷바람을 쐬러 나오는 사람들로 붐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피서객이 적었던 지난해와 대조적으로 올해는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폭염에 해수욕을 즐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북을 대표하는 주요 관광지들도 폭염의 영향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안동 하회마을 관계자에 따르면 50만358명이 찾았던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올 상반기에는 35만9626명으로 관광객 수가 확연히 줄었다.

본격적인 휴가철 맞아 대부분 피서객이 계곡 등지로 몰리면서 주요 관광지를 찾는 관광객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그는 예상했다.

이에 따라 안동시와 하회마을 보존회는 탈춤공연 횟수를 주 3회에서 5회로 늘리거나 요금 감면 등을 검토 하고 있으나 폭염 탓에 그 실효성도 의문이다.

문경새재의 경우 주말 평균 1만2000명 정도의 관광객이 몰렸으나 휴가철임에도 5000~6000명 수준으로 감소현상을 보였다.

청도 운문댐 하류보와 삼계리 계곡을 방문한 사람들도 지난해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해수욕장을 비롯한 주요 관광지를 찾는 발길이 줄면서 식당이나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상인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포항 도구 해수욕장 인근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최 모(47)씨는 “날이 더우니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 같다”며 “다른 해수욕장에서는 축제가 열려 한숨 돌리겠지만 장사가 안되는 곳들이 더 많다”고 하소연했다.

칠포해수욕장 인근 식당 주인 김 모(63)씨는 “이맘때면 관광객들로 북적였었는데 지금은 전혀 아니다”라며 “장마가 빨리 끝나길 바랐었지만 이런 수준의 더위는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실내 빙상장을 비롯해 도서관, 수영장 등의 실내 피서지를 찾는 발길이 늘고 있는 만큼 이어지는 찜통더위가 한풀 꺾이기 전에는 실내 피서객들을 밖으로 불러내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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