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감상) 자신의 꼬리를 물고 도는 원(圓)안에, 우주적인 궤도 안에 벗어날 수 없는 나가 갇혀 있다. 획을 긋는 별똥별처럼 이탈한 자가 자유롭다는 사실을 누구나 인식한다. 그러나 운명 속에서 이탈한 자가 새로운 궤도 속에 속하면 또 다른 구속의 연속이 아닌가. 이탈하고자 하는 생각만 있고 실행할 수 있는 의지와 행동이 없는 것은 곧 범인(凡人)이기 때문이다. 한번쯤 아무 말 없이 나는 깊은 암자에 들어가 불목하니를 꿈꾼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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