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민원 매년 늘어 대구·경북 12일까지 466건 달해
소비자들, 에어컨 구입해도 설치에 10일 이상 소요 '불만'

이례적인 폭염으로 에어컨 수요가 폭증한 가운데 설치 또는 수리 등이 지연돼 고통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또 정확한 방문 날짜조차 안내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마냥 기다려야만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정 모(27·여)씨는 지난 7일 가전제품 판매점에서 260만 원 상당의 에어컨을 구입했다.

그러나 새 에어컨은 1주일 뒤인 13일에 설치됐고 37℃를 넘나드는 폭염을 꼼짝없이 선풍기로 버텨야만 했다. 정 씨는 “서비스 센터에 빠른 에어컨 설치를 요구했지만 ‘예약이 꽉 찼으니 기다리라’는 답변만 들었다”며 “같이 사는 친구들도 그 얘기를 듣고 어이가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모(53)씨도 지난달 말에 사용하던 에어컨이 신통치 않아 수리를 요청했지만 이달 중순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 10일이 넘도록 찜통더위와 씨름하다 결국 지난 9일 사설 수리업체를 통해 수리를 마쳤다.이씨는 “사설 수리점에 예약을 하고도 3일이나 더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며 “오죽 더웠으면 휴가를 내고 가족들과 예정에 없던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에어컨 관련 소비자 민원은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원 등에 따르면 대구·경북지역에서 접수된 에어컨 관련 소비자상담 건수는 지난 2015년 309건, 2016년 431건, 2017년 554건으로 계속해서 늘고 있다.

올들어 지난 12일까지 접수된 상담 건수는 466건에 달해 지난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잦은 불만은 냉방불량, 소음, 냄새발생 등의 품질하자 또는 수리 후 동일하자 반복, 수리용 부품 미보유, 처리지연 등의 A/S 관련 불만이 주된 내용이었다.

한편, 올여름이 유독 힘겹고 답답하기는 에어컨 설치·수리기사들도 마찬가지다.

사설 수리업체를 운영하는 김모(58)씨는 “장마가 끝난 지난달 중순부터 수리 문의전화가 늘기 시작했다”며 “많은 경우 하루 30건 이상의 문의가 들어와 밤늦게까지 수리하러 다니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리기사 최모(29)씨는 “올여름 업무량이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며 “일주일에 3~4일은 밤 9시 이후에 귀가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제조사나 판매업체들은 최대한의 가용 인력을 투입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폭발적으로 A/S 요청이 집중되는 기간인 만큼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A/S 신청이 집중되는 여름이 오기 전 미리 에어컨의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고 주기적으로 자가 점검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해결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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