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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호순병원 원장

정신 상태는 신체 상태처럼 객관적인 지표나 수치로 측정할 수 없다. 그러나 정신 상태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으면 진단을 내릴 수 없고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없으며 앞으로의 예후를 판단할 수 없다, 그래서 현재의 정신 상태 평가는 매우 중요하다. 정신 상태 평가는 객관적인 지표나 수치가 없으므로 전문가의 판단에 의해 내려질 수밖에 없으며 전문가는 마음의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과의 면담을 통해 그 사람의 정신 증상과 증후를 평가하고 판단하고 진단을 내려야 한다.

그래서 정신 상태 평가는 체계적이어야 하며 전문적이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정신상태를 평가할 때 약 7가지 정도의 항목을 잘 평가해서 진단을 하려고 노력을 한다. 우선 그 사람의 ‘외모나 행동과 정신 활동 상태 및 태도’를 첫 번째로 평가한다. 두 번째는 ‘기분과 정동표현’을 평가하여야 하며 세 번째는 ‘사고’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네 번째는 ‘지각’에 대한 평가와 다섯 번째는 ‘말’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또한 ‘감각과 인지’에 대한 평가와 ‘판단과 병식’에 대한 평가가 여섯 번째, 일곱 번째에 속한다. 이런 기본적인 항목은 순서는 중요치 않으나 정신상태를 평가하는 데에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있겠다.

지난번 ‘외모나 행동과 정신 활동 상태 및 태도’에 대한 평가 방법에 대한 설명에 이어 오늘은 그다음 항목인 ‘기분과 정동 표현’ 등에 대한 평가의 중요성을 얘기하고자 한다.

기분이란 그 사람의 지속적이고 지배적인 감정 상태를 말하는데 주관적인 감정 상태를 말한다. 만약 그 사람에게 “오늘 기분이 어떠세요?”라고 물으면 그 사람의 주관적인 감정 상태를 설명하려고 할 것이다. 우울하다든지, 반대로 기분이 상쾌하다든지, 아니며 불안하다든지, 짜증, 절망, 분노, 공허, 죄책감, 자기혐오, 공포, 당황, 무상함, 들뜸, 다행감 등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자신의 주관적 감정을 표현할 것이다. 정동표현은 다른 말로 ‘정서’라고도 하는데 기분의 객관적인 평가라 할 수 있겠다. 즉, 그 사람의 얼굴 표정, 목소리의 음조나 손동작의 사용, 신체의 움직임 등의 여러 신호를 잘 판단하여 그 사람의 감정이 위축되어 보이는지, 들떠 보이는지 불안 해 보이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분의 대표적인 병인 우울증의 경우,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자기 스스로도 우울하다고 표현하지만 목소리도 위축이 되어 있거나 말수도 적거나 얼굴 표정도 우울해 보이기 마련이다. 즉, 주관적인 기분이나 객관적인 정동표현이 일치한다. 근데 만약 “어제 사랑하는 강아지가 죽었어요. 그래서 나는 너무 슬퍼요!”라고 하면서 혼자 실실 웃는다거나 표정이 우울해 보이지 않는다거나 오히려 말수가 많거나 슬픈 표정이 아니라면 이는 기분과 정동표현이 일치하지 않는다. 이럴 경우에는 기분장애 보다는 사고의 장애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즉, 우울한 기분이 아니라 혼란스러운 생각을 가진 병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분의 장애란 우울증, 조울증, 만성 기분 조절 장애, 혹은 수많은 불안 장애들이 여기에 속한다. 그래서 전문가는 이런 기분과 정동표현을 통해 그 사람을 힘들게 하는 기분의 장애들을 정확히 평가해 내어야 하며 심지어는 기분의 병이라고 표현하지만 기분의 병이 아닌 생각의 병일 가능성까지 감별하고 평가해 내어야 한다.

기분에 문제가 있는 병인지 사고에 문제가 있는 병인지 아니면 행동이나 습관에 문제가 있는 병인지 인지나 감각에 문제가 있는 병인지를 잘 평가하지 못하면 진단을 옳게 내리지 못하고 진단이 옳지 못하면 치료 방법을 선택할 수 없으며 결국 예후도 나빠진다. 그래서 전문가의 전문성을 더 요구하는 것이 마음의 병을 진단하는 것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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