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물 피해 확산···과일·채소·닭 등 제수품 공급 차질

지난 7월 이후 한 달 이상 35℃를 웃도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추석 명절 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폭염으로 주요 농산물의 작황 부진과 가축 폐사 및 생육부진 등으로 인해 수급에 차질이 발생,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폭염으로 인한 지역 농작물 피해 면적은 1236.7㏊로, 전국 농작물 피해 면적 2334.8㏊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나타났다.

△ 과채류 생육부진으로 인한 출하랴 감소, 상품성 저하로 가격 급등 조짐세.

추석 차례상에 오르는 사과·포도 등 주요 과수농가의 피해가 가장 크다.

겨울철 동해로 인한 고사와 봄철 개화기 냉해·장마 이후 가뭄과 폭염 등 과수 성장을 막는 재해가 잇따르면서 많은 낙과 와 생육부진으로 인해 출하량 감소는 물론 품질저하 우려까지 보이고 있다.

실제 청송농기센터는 올해 햇사과 출하량이 전년보다 10%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경수 농촌지도사는 “초록사과(쓰가루) 출하가 시작됐지만 품질이 좋지 않다”며 “추석 물량인 홍로 역시 날씨 탓에 과수 생산량이 10% 가량 줄었으며, 타 지역에는 출하량이 30%가량 줄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밝혔다.

이어 “생육 부진으로 전년도 보다 제수용 대과 물량이 부족해 가격 역시 10~20%가량 높게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포도와 수박 등 여타 과채류도 일소피해(뜨거운 햇볕에 과일 표면이 검게 타는 현상)와 생육부진으로 10%가량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과일 가격이 이미 들썩이기 시작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수박(8㎏) 도매가격이 2만7437원으로 10일(2만3359원)과 비교해 4078원이나 올랐다. 한 달 전 수박 가격은 1만5287원으로 평년 8월 중순 가격(1만6251원)과 비교해도 각각 68.8%, 79.5% 올라 1만 원 정도 차이가 난다. 사과(아오리/10kg)는 3만3394원으로 평년(2만4167원)보다 38.2% 상승했고, 지난달(2만7518원)보다 21.4% 높은 가격으로 거래됐다. 포도(캠벨/5kg)는 2만5273원으로 지난달(2만5697원)보다 1.6% 떨어졌지만, 평년(1만4307원)보다는 76.6%나 올랐다. 시금치(4kg)는 7만6500원으로 한 달 전 2만2310원에서 무려 3.4배나 올랐으며, 평년 가격인 3만1306원과 비교해서 2배 이상 뛰었다. 양배추도 1포기당 5679원으로 한 달 전 1810원에 대비해 3.1배나 뛰었으며, 평년 가격인 2422원에 비해서도 2.3배나 올랐다.

고온과 가뭄으로 후기 수확량이 감소한 건고추(화건/600g) 도매가격은 이날 1만2100원으로 평년 7222원보다 67.5% 나 급등했다.

제수용품은 아니지만 여름철 주요 과일인 복숭아 역시 출하량이 10% 이상 줄어든 데다 생육부진으로 인한 상품성이 저하됐지만 가격은 백도(4.5㎏ 기준)가 2만1921원으로 평년 가격인 1만6045원보다 36.6%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햇볕에 약한 엽채류의 경우 폭염 피해가 확대되면서 상추 등 가격이 급등세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축 폭염 폐사 및 생육부진으로 축산물 가격도 들썩.

무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폐사한 가축이 급증하면서 축산물 가격도 심상치 않다.

경북도가 지난 17일까지 집계한 도내 가축 폐사 피해는 닭 60만702마리 등 모두 60만7090마리에 이른다.

이로 인해 올해들어 안정세를 이어가던 닭값이 8월 들어 육계 가격이 1㎏당 5000원을 훌쩍 넘어섰다.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육계(중품) 1㎏당 소비자 가격이 5192원으로 한 달 전인 지난 7월 13일(4793원)보다 399원(8.3%)이나 올랐다.

올 들어 닭 소비자 가격이 5000원대를 넘긴 것은 지난 1일이 처음이다. 닭은 지난해부터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가격 안정세가 이어졌지만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폐사가 급증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가격 오름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게 유통업계의 설명이다.

이처럼 물가가 치솟자 당장의 먹거리는 물론 추석 제수 부담이 커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주부 박모(62)씨는 “생활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명절을 앞두고 과일값까지 치솟는다니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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