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조영정 사회사상연구원장

▲ 미국의 내셔널리즘 표지.
2001년 9·11테러 직후 뉴욕주 헌팅턴 어느 쇼핑몰 주차장에서 한 남자가 파키스탄 여성을 차로 들이받고는 나라를 위해서 그랬노라고 소리쳤다.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 사는 어떤 파키스탄인은 누군가 그의 집에 불을 질러 졸지에 집을 잃었고, 인디아나주 게리에 있는 예멘계 미국인 집은 21발의 총알 세례를 받았다. 애리조나주 메사의 한 주유소에서는 시크인이 피살당하였다. 시크인은 무슬림과 전혀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공격을 당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처럼 머리에 터번을 썼기 때문이었다.

미국 사람들은 미국에는 패트리엇티즘(애국심)만 있을 뿐 내셔널리즘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조영정 사회사상연구원장인 쓴 ‘미국의 내셔널리즘’은 미국 사람들이 얼마나 강한 내셔널리즘을 가졌는지를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드러나고 있는 현상뿐만 아니라 역사 속에서 미국의 내셔널리즘이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되어 왔는지를 조명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내셔널리즘이 세계에 어떤 모습으로 표출되고 있고, 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연구소에 나온 책이지만 무겁고 딱딱하지 않다. 첫 장의 내셔널리즘에 대한 국어 번역용어 문제를 정리하고 있고, 그 이후부터는 미국사람들의 의식과 일상에 대하여 흥미로운 사례와 조사결과를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어서 제목에서 주는 느낌과 달리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미국은 원래 여러모로 한국과 대비되는 점이 많은 나라이다. 내셔널리즘에 있어서도 그렇다. 그래서 한국사람의 입장에서 한국과 미국을 대비해 보는 가운데 미국사람들의 행동으로부터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미국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서 우리를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태극기도 하나의 예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국민들의 의식에 있어서 미국의 국기와 한국의 국기가 어떻게 다른지 저절로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전문 연구자에 의한 오랜 기간에 걸친 연구의 결과를 토대로 하고 있어서 내용면뿐만 아니라 형식면에서도 정확하고 치밀하다. 그러면서도 쉽고 흥미롭게 쓰여 있어 독자들의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미국의 내셔널리즘/조영정/사회사상연구원/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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