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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악정 정자와 폭포.
김천 직지사에는 직지심경이 없다. 직지심경은 고려 시대에 제작된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로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소중한 유산이다. 하지만 직지사와 큰 상관은 없다고 한다. 직지사의 유래를 살펴보면, 신라에 처음 불교를 들여온 아도화상이 구미의 도리사를 창건하고 김천 방향으로 손가락을 가리켜 큰 절이 들어설 자리라고 했다는데 여기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다’라는 뜻인 ‘직지(直指)’에서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그 외에도 절을 세울 때 손가락으로 직접 측정해서 세웠다는 설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천 년이 지난 지금 어느 것이 맞는지 어떻게 판단하겠는가. 다만 다양한 설화로 풍부해진 콘텐츠를 우리는 즐기면 그만이다.
직지문화공원 일대
김천시는 직지사로 들어가는 길옆에 있는 공터에 시민공원을 조성했는데 직지사 권역의 관광 콘텐츠를 보완하고 시민들의 휴식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다. 넓은 공터에 잔디를 깔고 나무를 심었다. 한가운데엔 음악분수를 설치했다. 또 한쪽 구석에는 대형 2단 폭포도 만들었다.
직지문화공원 입구
입구에 커다란 장승 2기를 세웠는데 높이가 무려 아파트 7층에 달한다고 한다. 잔디밭 사이로 난 산책로는 걷기에 좋고, 중간중간에 놓인 벤치와 나무그늘 사이에서 쉬기에도 그만이다.
직지문화공원의 조형물들
공원 사이사이를 잇는 산책로를 걸어본다. 다양한 나무들이 심겨 있고 사이사이에 아기자기한 조각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 조각들은 세계 각국의 유명 조각가의 작품으로 개수가 50여 점이나 된다. 그 외 유명한 시를 조각한 시비도 20여 개 설치돼 있다. 그러니 ‘문화’란 타이틀을 공원 이름에 붙여도 마땅한 것이다.공원 한편에는 시원하게 쏟아 붓는 2단 인공폭포가 있다. 2단 폭포 위에는 2층짜리 정자가 놓여 있는데 공원에서 다소 높은 곳이어서 공원 일대가 내려다보인다. 더운 여름인데도 공원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은 공원 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분수대와 이 폭포가 있어서일 것이다. 시원하게 쏟아 붓는 폭포는 눈으로 봐도 시원하고, 소리만 들어도 더위를 날려버린다.
황악정 정자 앞에서 내려다본 공원의 일대
웬일인지 황악정의 2층은 잠겨있다. 2층에 올라가면 시계가 더 트이겠지만 1층에서도 나름대로 공원 일대가 잘 내려다보인다. 파란색으로 바닥을 페인팅한 인공폭포와 녹색으로 펼쳐진 풍경의 조화가 제법 잘 어울려 시원함이 배가된다.

황악정 정자를 내려오면 오른쪽 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나타난다. 이정표에는 전망대라고 안내하고 있어서 한 번 올라가 본다. 올라가는 길에는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울창하고, 밤나무와 참나무에서 열린 각종 열매들을 주울 수가 있다. 하지만 가져오지는 말자. 산에서는 아무것도 두고 오지 않고,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아야 하는 것이 산을 찾는 손님으로서의 에티켓.
생태공원 전망대 올라가는 길
전망대까지의 등산로는 계단으로 이뤄져 있으며, 짧지만 경사가 제법 급하다. 조금 숨이 찰지도 모르겠는데, 가끔 트래킹에서 속도를 높이거나 오르막을 오르는 등으로 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 특히 이런 숲길에서는 맑은 산소와 피톤치드를 마음껏 들이마실 수 있어서 좋다. 땀을 좀 흘리는 것이 대수이겠는가. 가끔은 근육의 뻐근함을 느껴보고 운동으로 땀을 좀 흘려보자. 그래서 주저 말고 전망대로 한 번 올라가 볼 것을 추천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전망대에는 정자 쉼터만 있을 뿐 나무에 가려져 좋은 전망은 볼 수가 없다.

공원은 입장료와 주차료가 무료이고, 직지사 경내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입장료 2500원(성인 기준)을 내해야 한다.
직지사 가는 길
직지사 대웅전 앞까지는 약간의 숲길을 걸어야 하는데 고요한 숲길은 걷기에 기분이 좋은 길이다. 휘파람이 저절로 나오지만 참기로 한다. 기분 좋은 직지숲길을 따라 현관문 격인 만세루까지 가려면 4개의 문을 지나게 된다. 일반적인 다른 사찰에도 있는 입구를 상징하는 일주문을 지나고, 부처의 광명을 상징하는 대양문을 지난다. 세 번째 문은 떡대(!)같은 근육질의 금강역사가 지키고 있는 금강문이고, 마지막 문은 사천왕이 버티고 있는 천왕문이다.
천왕문의 사천왕상
여느 절에서 다른 문은 없어도 천왕문은 있는 편이어서 불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축물 중 하나다. 안에는 4명의 사천왕이 봉안돼 있다. 사천왕은 불교의 중심인 수미산을 각각 네 방향에서 지키는 호법신이다. 크기도 크고, 부리부리한 눈매에 화려한 채색, 괴기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제법 위압감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해학미가 가득한 장난스러운 모습과 표정에 친근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천왕문 앞에서 보이는 만세루
네 개의 문을 모두 지날 때까지 보이지도 않던 직지사의 경내가 천왕문을 지나서야 드러난다. 직지사는 아름드리 우거진 수백 년 된 소나무숲으로부터 보호가 되고 있었던 것이다.
직지사 대웅전
만세루를 지나 직지사의 중심법당인 대웅전 앞에 섰다. 양쪽으로 두 개의 삼층석탑이 호위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웅장한 대웅전도 두 개의 삼층석탑도 모두 보물급 문화유산이다. 직지사는 이들을 포함해 20개의 지정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경내 산책길
대웅전에서 비로전으로 가는 길은 경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곱을 수 있겠다. 단풍나무가 양쪽으로 그늘을 드리워 터널을 만들었다. 그 아래는 빗자루로 말끔히 쓸어서 걸으면 마음 까지 깨끗해지는 기분 좋은 길이 놓여 있다. 이 터널은 여름에는 녹색으로 뒤덮여있지만, 가을이 되면 붉은색으로 수 놓일 것이다.
소원종이들
이 단풍나무 길에는 소원을 적은 종이들이 걸려있다. 비단 이곳뿐만 아니라 여행을 하다 보면 대한민국 방방곡곡 어딜 가나 이런 소원을 적어 걸어두는 곳이 자주 발견된다. 예로부터 내려온 토속신앙이 우리 삶 속에 배여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유난히 정이 많은 민족이라 그럴 수도 있을 듯하다. 이런 것은 종교와는 상관이 없다. 그 소원은 개인적인 바람도 있지만 대부분 가족과 친구들의 안녕과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멀리 타지로 여행을 온 사람들은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이곳에 남기는 소원이란 마음속 깊숙이 간절한 것일 테다. 그 간절함과 정성이 하나하나 모이면 정말 그 소원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혹시 모른다. 누군가에 의한 당신을 위한 기도가 어딘가에 걸려있을지 말이다.
▲ 글·사진= 이재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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