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말리에서 프랑스 파리로 건너온 가사마라는 청년은 거리를 지나다가 아파트 5층 발코니에 매달린 한 아이를 발견한다. 아이가 곧 떨어질 듯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가사마는 한순간의 주저함도 없이 아파트 발코니를 발판 삼아 한층 한층 맨몸으로 5층까지 타고 올라 아이를 끌어 올렸다. 불법체류자였던 ‘파리의 스파이더맨’ 가사마는 영웅이 돼 프랑스 정부로부터 시민권을 받고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 5월 파리에서의 일이다.

같은 달 우리나라 서해안고속도로에도 의인이 나타났다. 고속도로 주행을 하고 있던 한 운전자가 운전 중 의식을 잃었다. 이 차량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으며 1.5㎞를 더 달렸다. 이 차로 발견한 한영탁 씨는 자신의 차를 의식 잃은 운전자의 차량 앞으로 앞질러 들어가 가까스로 멈추게 해서 운전자를 구하고 고속도로에서의 더 큰 사고를 막았다. 자동차 회사가 차량 수리비를 지원할 것을 제의했지만 운전자로부터 ‘감사하다’는 전화를 받은 것으로 충분하다며 거절했다. 또한 그는 딸과 아들이 아빠의 행동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으로 만족이라 했다.

지난달 21일 경북 봉화군 소천면사무소에서 엽총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면사무소 직원들을 향해 두 차례 엽총을 발사한 피의자가 다른 사람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을 때 박종훈 씨가 달려들어 이를 저지했다. 당시 사건 현장에는 임산부를 비롯해 20여 명이 있어서 더 큰 인명피해를 낼뻔했다. 박씨는 ‘LG 의인상’을 받았다. 그는 상금 3000만 원을 유족들에게 전했다.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직원이 숨져 안타깝다면서 과분한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했다.

견의용위(見義勇爲), ‘정의를 보면 용기 있게 뛰어 들어라’는 말이 있지만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사람들이 사회 분위기나 교육에 의해 후천적으로 남을 위해 이로운 행동을 하는 이타심을 기를 수 있다지만 위급한 순간에 발휘되는 것은 어지간한 용기 없이는 불가능하다. 의인들은 특별한 용기를 가졌을 뿐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면서 칭찬을 바라지 않는 ‘겸양’의 미덕을 가진 것 또한 특징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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