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형구 포항해양경찰서 경비구조과장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던 유례없는 폭염도 물러가고 새벽녘 한기를 느끼며 어느덧 결실의 계절, 가을 문턱에 와 있음을 실감하는 요즈음이다.

이맘때 즈음에는 오징어 조업 등 출어를 준비하는 어선들의 척수가 늘어나 항포구는 더욱 분주해지며 그와 더불어 발생하는 각종 해양사고 대응에 해양경찰관들의 긴장감은 한층 더 해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특히, 포항해양경찰서는 인근 울진해양경찰서의 접속수역관할(연안으로부터 약43km 해역)까지 통합해 직선거리 89해리(162㎞)를 30여 년의 노후한 함정1척을 포함해 2척의 경비함정으로 각종 해양 상황에 대응하고 있으나 노후 선박의 잦은 고장과 수리 등으로 불가피하게 2교대 근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근무 일수 증가로 시간 외 근무가 법정일수를 상당히 초과해 직원들의 삶의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었으며 또한 누적된 근무피로로 인한 휴면에러(human error) 발생의 위험도 내포하고 있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1척 이상의 경비함정 투입이 절실하나 300t급의 경비함정 1척의 건조비용 3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해 추가적인 함정배치는 당장 실현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난제를 고민 끝에 해양경찰청이 찾은 묘안이 함정 복수승조원제도다.

복수승조원제도는 간단히 말해 1척의 경비함정에 2개 팀을 배치하는 것으로 경비임무를 종료하고 입항한 함정에 팀을 교체해 다시 출항해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1척으로 2척의 효과를 내는 것이다.

포항해양경찰서에서는 지난 2월 8일부터 기존 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해 경비함정 1척에 2개의 팀을 구성해 시범적으로 함정 복수승조원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시행 초기에는 2개팀이 1척의 함정에 배치되다 보니 소속감이 부족하고 필수적인 인계인수가 숙달되지 않아 장비가 갑작스런 고장이 발생하는 등 예기치 못한 상황도 발생했다.

또 승조원 침구류, 세면 도구 등 개인물품들을 보관할 공간이 부족해 경비임무를 종료하고 나면 각자 물품을 가지고 하선했다가 다음 경비임무 수행 시 되가져와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등 여러 가지 불편함도 따랐다.

그러나 여러 차례 중간점검을 통해 승조원별 장비책임제를 실시해 효율적인 장비 정비 점검과 인계 인수로 장비고장률을 낮출 수 있었고, 육상대기 공간에 냉장고·에어컨 등을 구매, 의경내무실 리모델링을 통해 어려움을 다소 해소하게 됐다.

복수승조원제도를 6개월 실시한 후 직원들의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휴무일수가 제도 시행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무 기간 중에는 함정긴급출항으로 인한 비상소집이 없기 때문에 가족들과 장거리 여행을 계획하는 등 그야말로 워라밸을 실현할 수 있어 승조원들의 만족도는 대단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해양경찰청에서는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이 제도를 확대 시행해 보다 더 효율적으로 함정을 운용, 안전한 바다 만들기를 실천하고 승조원들의 휴무일수도 보장해 함정근무 만족도를 높여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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