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一利)를 흥하게 하는 것은 일해(一害)를 제거하는 것만 못하다” 이익을 추구하기 보다 손해를 제거해 정치적 균형을 유지 시킬 것을 강조한 야율초제의 경구다. 야율초제는 칭기즈칸과 그의 아들 오고타이칸 두 황제를 보필, 원나라 기초를 닦은 명 참모다.

야율초제는 오늘날 기획재정부 장관의 자리에서 원나라 국가재정과 백성들의 살림살이를 오랫동안 보살피고 다스린 경제통이었다. 중국 대륙을 정복한 칭기즈칸은 농토를 초원화 할 결심을 했다. 중국인들의 저항을 염려한 참모들은 칭기즈칸의 ‘중국 대륙 초원화 구상’을 적극 반대했다. 그러나 칭기즈칸의 고집은 요지부동이었다.

육식을 하는 몽골인 눈에는 전혀 가치 없는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토를 말과 양이 뛰노는 초원으로 만드는 것이 훨씬 이익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참모들이 칭기즈칸의 마음을 돌리려고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칭기즈칸의 성향을 꿰뚫고 있던 야율초제가 직을 걸고 승부수를 띄웠다.

“폐하, 중국인들이 농토에서 그냥 농사를 짓게 하고 그 대신 세금을 거두십시오. 그렇게 하시면 중국 농토를 초원으로 바꾸어 말과 양을 키우는 것보다 몇 배나 폐하에게 이익을 안겨줄 것입니다.” 당시 몽골 같은 유목사회에선 세금은 처음 들어본 말이었다.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유목민을 대상으로 세금을 거두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초원에서는 강자의 약탈만이 존재하지 정기적으로 뭔가를 징수하는 일은 염두에도 없었다. 하지만 농토에 정착해 생활하는 중국 농민이라면 세금 징수는 용이한 일이었다. 현실주의자인 칭기즈칸은 세금을 걷는 일이 실질적이고 유리하다고 판단 ‘중국 농토 초원화’를 포기했다. 두뇌 회전이 빠른 칭기즈칸의 성향을 정확히 짚은 야율초제의 지혜로운 직언이 중국 농민들의 저항을 유발, 벌어질 뻔했던 역사의 대학살극을 막을 수 있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부작용을 시인하면서 미미하나 마 간신히 반대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그래서 김 부총리에게 실낱같은 기대를 거는 국민도 있다. 김 부총리가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용기 있게 승부수를 띄우면 ‘한국판 야율초제’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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