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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헌경 변호사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는 ‘불평등의 대가’라는 그의 저서에서 “소득의 불평등은 시장경제의 역동성, 효율성, 생산성을 마비시킬 뿐 아니라 효율과 무관한 분배구조를 고착화함으로써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해 사회 전체를 침몰시킨다”라고 하였다. 즉, 공정한 분배를 등한시한 채 지나치게 모든 것을 시장경제의 자율에만 맡기는 경우 분배구조의 왜곡으로 소득의 불평등을 가져오고 소득의 불평등은 빈부의 격차를 심화시킴으로써 이것이 오히려 시장경제의 역동성, 효율성, 생산성을 마비시키고 내부 모순으로 국가 사회 전체가 침몰된다는 것이다.

주택이 주거의 안정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부동산 투기의 대상이 되고 주택 등 부동산의 소유 정도가 부의 척도가 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주택 특히 고가주택의 소유와 다주택 소유 유무가 부의 불평등의 근원이 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서울 강남의 주택은 말할 것도 없고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최고급아파트 조차 올 한해만 가격이 7-8억 원이 올랐다. 근로소득자가 평생을 벌어 돈을 저축하고 모은다 하더라도 7-8억 원을 모은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인데 최고급아파트는 단 1년 만에 가격이 7-8억 원이나 올랐으니 서민들의 상대적 허탈감과 비애가 클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치솟는 주택가격을 잡기 위하여 집권 16개월 동안 8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정부의 계속되는 부동산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주택가격은 두더지처럼 부동산과열지구를 중심으로 오히려 폭등하고 있다. 치솟는 주택가격은 부의 불평등뿐만 아니라 청년세대의 주거 불안정을 가져와 저출산의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들은 주로 양도세, 종부세 등 과세강화와 대출억제에 주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런데 과세강화와 대출억제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과 맞물려 1,500조에 이르는 가계부채의 뇌관이 터지는 경우 부동산 버블 붕괴로 인하여 경제에 대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세계 제1위의 급격한 저출산 국가인 우리나라는 일본식 구조적 장기불황으로 경제의 활력과 역동성을 잃고 경제 침체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정부와 여당이 주택의 공급을 늘리려는 정책도 도심 재개발, 재건축의 문제와 택지 마련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 문제 등으로 쉽지만은 않은 형국이다.

구약성서에는 여호와의 가장 중요한 언약의 말씀인 ‘희년의 율법’이 있다. 희년은 말 그대로 기쁨의 해다. 안식년인 7년이 7번 반복되는 다음 해인 50년마다 찾아오는 희년은 면제년이라고도 하는데 가난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동안 졌던 채무를 희년에 다 탕감받도록 했기 때문이다. 채무 때문에 팔려갔던 노예들은 해방되어 자유민이 되었고 팔았던 토지도 모두 원주인이 되찾을 수 있게 하였다. 그래서 누구든지 희년의 50년에는 평등하고 새롭고 희망찬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하였다. 희년은 축제의 해이자 자유의 해였으며 기쁨의 해였던 것이다.

희년의 율법은 부의 불평등으로 생긴 빈부의 격차라는 불행한 상태에 깊이 빠져들지 않도록 보호해주고 개인의 기본적인 인권을 지킬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자신의 재능과 능력에 따라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하고 나라의 경제는 공정하고 건전한 기반 위에 안정적으로 성장될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여호와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희년의 율법을 지키도록 하였으며 이를 어길 경우 이스라엘은 저주를 받아 멸망할 것이고 백성들은 뿔뿔이 흩어져 지옥의 가시밭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택의 소유가 부의 불평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현재 다주택자의 주거 목적 외의 주택을 몰수하여 실거주자에게 분배하는 주택개혁과 1,500조에 이르는 가계부채로 인하여 금리 인상 시 가계파탄의 구렁텅이에 빠질 수 있는 서민들의 채무 탕감을 실시하여 다가올지 모르는 경제 위기에 대비해야 할 때이다. 과세강화와 대출억제의 땜질식 단기적 처방으로는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어렵다. 주택개혁과 채무탕감은 대한민국이 건전하고 평등한 바탕 위에서 새롭게 도약하고 성장하기 위하여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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