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아로 5개월을 인큐베이터에서 의지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20대 아버지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범행한 지 1년이 훨씬 넘어서지만, 경찰과 검찰의 끈질긴 수사 덕분이다.

대구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서창원)는 생후 5개월 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 아동복지법 위반)로 A씨(22)를 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상근예비역으로 군 복무를 하면서 동갑내기 아내와 자주 다퉜던 A씨는 지난해 6월 18일 오전에도 아내와 말다툼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아들의 등을 때렸다. 아들이 숨을 제대로 쉬지 않고 입술조차 파래지자 119에 신고했고, 5일 뒤 병원에서 폐부종과 호흡부전으로 숨졌다. 숨진 아들은 그해 1월 11일 미숙아 상태로 태어난 뒤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고 6월 2일 퇴원한 상태였다.

당시에는 A씨 부부가 이 사실을 숨겼다. 병원에서도 경찰에서도 학대 흔적 등을 찾아내지 못했다.

A씨는 아들을 때린 이후에도 큰딸(2)의 엉덩이를 때리는 등 학대를 했다. 지적장애 3급으로 기초생활수급자인 엄마는 이 사실을 주변에만 이야기했고, 경찰 등에는 알리지 못했다.

그저 묻힐 뻔했던 A씨 범행은 올해 5월 8일이 돼서야 윤곽을 드러났다.

딸의 기저귀를 갈던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엉덩이와 허리에 있는 멍을 발견해 동 주민센터 사회복지사에게 알렸고, 사회복지사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조사관이 A씨 아내를 찾아가 조사를 벌였고, A씨 아내는 “아빠의 폭행이 있었고, 아들 또한 아빠가 때린 탓에 지난해 숨졌다”고 이야기했다. 조사관은 A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대구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팀은 미숙아 치료를 받았던 병원부터 A씨에게 맞은 뒤 치료를 받았던 병원 기록에서부터 A씨 아내, A씨의 상관인 동대장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였고, 범행을 시인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직접적인 증거는 이미 숨진 아이를 화장한 후여서 부검결과 등 보다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지만,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데 주력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사가 기각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경찰에서 받은 수사 자료를 토대로 면밀하게 수사를 펼친 끝에 뒤늦게나마 A씨를 구속할 수 있었다고 했다.

서영민 대구지검 1차장검사는 “미숙아 치료 후 정상적으로 퇴원한 아들이 비정상적으로 다시 입원하는 과정에서 진료기록부, 의사 등을 다시 조사해서 A씨가 때려서 아들이 5일 만에 숨졌다는 인과관계를 구체적으로 입증했다”면서 “시민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심의를 거쳐 구속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고 말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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