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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미 시인·포항대학교 간호학과 겸임교수

예전에는 추석이면 으레 송편을 빚었다. 온 가족이 코스모스 꽃잎처럼 둘러앉아 송편을 빚으며 오래 만나지 못했던 가족들의 근황을 묻거나 지나간 얘기들을 오순도순 주고받곤 했다. 아이들도 송편 만들기에 끼어들곤 했는데 어른들은 송편 모양을 보면 배우자가 얼마나 잘 생겼는지 가늠할 수 있다는 말로 예쁜 송편 만들기 경쟁을 붙이곤 했다. 그 송편은 주로 흰 쌀로 빚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조금은 모시로 새파랗게 빚어 구색을 갖추기도 했다.

모시 잎은 깻잎처럼 생겼는데 뒷면이 하얗고 두께가 깻잎보다는 두꺼웠다. 밭 어귀에 한 포기만 있어도 몇 집은 거뜬히 추석 송편을 빚을 만큼 그 잎이 무성했는데, 빛깔 또한 검은 빛에 가까운 진녹색이라 송편을 빚어놓으면 하얀 송편과 대비를 이루어 구미를 당기게 하곤 했다. 모시를 넣어 만든 반죽은 손바닥에 놓고 주무르면 쌀로 만든 반죽과는 달리 질감이 뻑뻑했는데 모시 잎의 섬유질이 고스란히 쌀가루 속으로 옮겨진 듯 느껴졌다.

모시 잎은 먹는 방법이 다양한데 효소로 만들어 차로 마셔도 좋다고 한다. 효능 또한 특별해서 모시에는 우유보다 훨씬 많은 칼슘 성분이 들어있고 섬유질은 야채류 중 거의 최고 수준에 달할 만큼 풍부하다고 한다. 그리하여 체중조절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항산화 작용에도 탁월하다고 한다. ‘본초강목’ 등의 문헌을 보면 지혈작용이 있고 어혈을 풀어주고 월경과다에도 효과가 있으며 부인의 자궁염이나 대하증을 치료한다고 쓰여 있다.

바야흐로 웰 에이징의 시대다. 잘 늙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는 의미이리라. 그러다 보니 끊임없이 대두되는 것이 잘 먹는 일과 관련되어 있으며 좋은 음식을 골라 먹는 일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었다. 오랫동안 무심하게 버려졌던 잡초가 하루아침에 특효약으로 돌변되기도 하였고 화제의 중심에 있던 과일이나 채소 몇 가지는 관심의 영역에서 밀려남으로써 서서히 잊히기도 하였다. 그러니까 좋은 음식을 찾는 일이 유행처럼 범람하는 시대가 되었다.

거기에 발맞춰 송편도 다양한 변화를 거듭하여 왔다. 송편은 속에다 소를 넣어 만드는 떡인데, 그 소를 다양하게 넣는 방법을 연구함으로써 시대에 걸맞은 떡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또한 시각적인 효과를 꾀하기 위해 천연재료를 이용하여 색깔을 내기도 했는데 그 중 모시 잎은 예전부터 내려온 채색 재료이자 영양의 조화까지도 갖춘 완벽한 음식재료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송편의 반죽에 모시 잎을 첨가함으로써 실질적인 영양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조화까지 도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잘 사는 일이 꼭 잘 먹는 일만은 아닐 것이다. 다만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는 것은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건강은 사소한 것을 지키는 일로부터 얻어지기도 하고 그것을 간과함으로써 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크 트웨인은 ‘인생에서 성공하는 비결 중 하나는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힘내 싸우는 것’이라고 했다. 각자의 삶과 잘 싸우기 위해 모시 송편 하나를 빚어야 한다면 그 또한 보람 있는 일이지 않을까. 잘 사는 일이 잘 먹는 일만은 아닐지라도 잘 먹는 일이 잘 사는 법 중의 하나임은 확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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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시인·포항대학교 간호학과 겸임교수
김선동 kingofsun@kyongbuk.com

인터넷경북일보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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