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동냥 하지 말라고
밭둑을 따라 한줄만 심었지.
그런데도 해 지는 쪽으로
고갤 수그리는 해바라기가 있다네.

나는 꼭, / 그 녀석을 종자로 삼는다네.

빛 그림자로 / 마음의 골짜기를 문지르는 까만 눈동자,
속눈썹이 젖어 있네.

머리통 여물 때면 어김없이
또다시 고개 돌려 발끝 내려다보는 놈이 생겨나지.
그늘 막대가 가리키는 쪽을 / 나는 매일 바라본다네.

해마다 나는 / 석양으로 눈길 다진 그 녀석을
종자로 삼는다네.

돌아보는 놈이 되자고
굽어보는 놈이 되자고





<감상> 모든 꽃이 태양을 향하는 향일성(向日性)을 갖고 있는 줄 알았는데, 같은 해바라기도 해지는 서쪽으로 고갤 수그리는 녀석이 있네요. 속눈썹까지 젖은 까만 눈동자를 가진 이를 돌아볼 줄 아는 시인의 눈동자도 맑고 그윽한 눈동자를 가지고 있어요. 고개 돌려 발끝 내려다보는 녀석의 그늘진 모습도 매일 바라보고 종자로 삼네요.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판치는 세상에서 주위에 서 있는 여러 해바라기들이 두 녀석을 눈여겨볼 줄 안다면 훨씬 더 세상은 살 만하지 않을까요. (시인 손창기)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