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소장자 배익기씨 인터뷰
"조건 맞으면 상주박물관 전시할 터"
"지난 정권에 억울하게 당한 일들 진상규명 선행돼야"

상주시 낙동면 소재 배익기 씨의 고서적 가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570돌을 맞는 2018년 한글날에도 국보 1호 지정도 무리가 아니라는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에 대한 실체는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소장자로 알려진 배익기 씨(55·상주시 낙동면)를 상대로 지난 한 해 동안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상주본을 세상에 내놓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렇다 할 결과를 얻지 못한 것.

이에 본지는 매년 한글날만 되면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배익기 씨를 만났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 인터뷰를 통해 배 씨가 원하는 현실적인 조건만 해결해 주면 상주본이 세상에 공개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훈민정음 상주본을 배 씨가 정말 확실하게 소장하고 있는가.

△10여 년째 듣는 반복된 질문인데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은 확실하게 제 손에 있다. 이제 와서 안 가지고 있다고 하면 정말 우스운 얘기죠.

-그렇다면 보관상태는 어떤지가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데 지금 어떤 상태인가.

△한 마디로 우려스럽죠. 게다가 불이 나 일부가 소실됐는데 온전하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최고 시설을 갖춘 박물관에서도 시간이 흐르면 훼손될 수 있는데 10여 년이 다 된 지금까지 발견 당시와 같은 상태라고는 할 수 없다.

-최근에 보관상태를 확인해 보고 우려스럽다고 한 말인가.

△그 질문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웃음).

-앞으로 상주본을 어떻게 할 생각인가.

△상주본이 세상에 공개되는 날은 그동안 누차 얘기했지만 지난 정권 동안 자신이 억울하게 당한 일들에 대한 진상규명이 있어야 한다.

과거 1천억 원을 주면 내놓겠다는 얘기도 했지만, 그 당시는 너무 억울해한 소리고 지금은 자신에게 제안되는 현실에 따라 양보할 수도 있다.

-훈민정음과 관련된 많은 관계자가 지난 1년 동안 배 씨에게 여러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중 만족할 조건이 없었는지.

△국회의원과 문화재청, 기업, 상주시장, 상주시의회, 한글학회 관계자, 스님 등 많은 분이 찾아와 조건을 제시하며 상주본을 세상에 선보일 것을 제안했지만 사실 제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조건은 없었다.

-국민의 관심사에 대해 할 말은.

△제 억울함에 대한 진상 규명이 이뤄지고 제가 생각하는 어느 정도의 보상이 현실화된다면 내놓을 수도 있다는 뜻을 전하고 싶다. 단 훈민정음 간송본은 이미 서울에 있으니까 상주본은 상주박물관에 전시됐으면 좋겠다. 이는 상주시가 중앙정부를 설득해 분위기를 조성해 놓으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보상금이 현실화되면 상주본을 세상에 공개하겠다는 말인가.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죠(웃음). 시간이 지날수록 보관 상태가 크게 우려스러운데 계속 방치해 놓는 것은 국민의 도리는 아니죠.

-인터뷰 내용이 정말 모호하다. 본지를 통해 국민이 바라는 바를 시원하게 얘기해 줄 수는 없는지.

△저도 그런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답변할 수밖에 없다.

한편 감정가가 1조 원에 달한다는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은 지난 법정에서 소유권이 배 씨가 아니라 문화재청이라고 최종 판결했지만 이에 대한 실체를 확인할 수 없어 해당 기관 및 관계자들은 최초 실체를 공개했던 1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소장자인 배 씨의 결정만 기다리고 있는 답답한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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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대 기자
김성대 기자 sdkim@kyongbuk.com

상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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