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치유, 모든 작품이 나의 성격·이상 담아내는 그릇"

제8회 애린문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동화작가 김일광씨가 본지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은성 기자 sky@kyongbuk.com
이 시대를 대표하는 김일광(65) 동화 작가가 애린복지재단의 제8회 애린문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깊어가는 가을, 작가의 동화 창작 원천인 포항 형산강과 송도해수욕장이 만나는 곳에서 작가를 만나 시대를 관통해 온 그의 문학 정신과 동화 세계를 들어봤다.

작가의 가슴에는 늘 넉넉한 포항 형산강물과 상도동 들판, 그리고 넓게 펼쳐져 있던 갈대밭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근대화 바람을 타고 지금은 갈대밭과 너른 들판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빌딩과 아파트가 대신했지만, 작가의 가슴에는 그 시절의 자연이 살아 숨 쉬고 있음이 전해져 왔다.

삼십 년 넘게 어린이들을 가르치며 창작을 해왔기에 지역의 역사, 주민들의 삶, 어린이들의 모습, 산골 마을과 바다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들 이야기가 작품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다.

평소 포항지역을 작품의 배경으로 지역 사람들의 삶에 천착해 오고 있는 그는 포항 문학의 텃밭을 지켜온 사람이다.

김일광 작가는 포항에서 태어나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오면서 포항의 자연과 하나가 돼 자연스레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동화의 창작이 가능했다.

비록 어릴 적 삶의 터는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됐지만, 결혼 후 전세를 살다가 손자가 태어나자 부친이 마련해 준 송도동(송림초등학교 뒤편) 집에서 평생을 살아왔다.

사람들은 도시화 과정을 거치면서 아파트 등으로 숱하게 거주지를 옮겨 갔지만, 작가는 그곳에서 두 자녀를 키우며 초등 교사로서 교육과 동화 창작에 몰두했다.

지금은 호랑이 꼬리인 호미곶 구만리 바닷가에 조그마한 집을 마련해 푸른 동해를 바라보며 작품을 구상하고 출판을 거듭하고 있다.

작가의 문학을 관통하는 정신은 ‘화해’이다. 갈등이 얽혀있는 이 시대의 화두와 일치한다.

그래서 작가의 동화가 독자들에게 주목을 받는다. 시대의 갈등을 풀어 줄 ‘화해’의 방법을 제시하며 독자들에게 손을 내밀고 독자들은 기꺼이 그 손을 잡아 주고 있다.

따뜻한 작가의 가슴속 열정이 독자들을 감동의 물결로 출렁이게 하고 그 물결이 세파에 멍든 가슴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케 한다.

그래서 작가는 “동화는 치유”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소설은 사회의 상처와 불의를 드러내지만, 동화는 봉합하고 어루만져 손을 잡게 합니다. 화해는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친구와 가족과 심지어 인간과 자연과의 갈등도 치유합니다.”

작가가 유년시절 살았던 상도동 들판에는 곳곳에 자연스럽게 생겨난 작은 웅덩이인 ‘듬벙’이 많았다고 한다. 이 듬벙은 사시사철 지하수가 솟아나고 각종 식물이 자라나는 그야말로 생명의 오아시스 같은 것이다. 작가는 이 듬벙에서 물놀이를 하고 식물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

작가는 동화 창작의 원천을 이 듬벙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래서 듬벙 지하수와 같이 샘솟듯 동화 창작이 봇물을 이뤘다.

유년 시절부터 유난히 책을 좋아했던 작가는 책을 많이 읽기 위해 중학교 때 도서실 청소를 자원하기까지 했다.

대학 졸업 후 초등 교사를 하면서도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승진을 포기하고 창작에만 집중했다.

작가가 본격적으로 문학의 길로 들어선 것은 1980년대 아동 문학가 고 이오덕, 손춘익 작가를 만나면서부터 시작된다.

작가는 애초 소설가를 꿈꿨지만, 이들 작가들이 작가가 초등 교사여서 어린이들과 소통하는 동화를 쓸 것을 권유했다.

1984년 첫 동화집 죽도시장 아이의 이야기인 ‘훈이의 손’으로 창주문학상을 수상하는 놀라운 문학적 행보를 시작했다

198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창작의 길로 들어서 지금까지 동화집 30여 권과 독도 이야기 3권을 발간하는 등 왕성한 창작활동을 했다.

포항문인협회, 포항예총, 포항문예아카데미 등 문화예술 활동 이외에도 30여 년 지역의 초등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하며, 영일만의 역사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주는 중진 작가로,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작품 ‘말더듬이 원식이’ ‘수민이와 곰 인형’이 수록돼 그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작품마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도서관협회 등에서 추천하는 권장 도서로 선정되는 등 탄탄한 글을 발표하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55쇄가 발간된 동화 ‘말더듬이 원식이’ 외에도 귀신고래, 조선의 마지막 군마 등 30여 편이 있다.

2008년에 펴낸 장편동화 ‘귀신고래’가 포항시가 선정하는 ‘원북 원 포항’과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선정 ‘제70차 청소년 권장 도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선정 ‘올해 2, 4분기 우수문학도서’ 등 3관왕의 영예를 안으며 한국의 ‘모비 딕’이라는 평을 얻기도 했다.
강치야 독도 강치야 표지.
또 ‘강치야 독도 강치야’ ‘조선의 마지막 군마’를 연이어 펴내면서 일제에 의해서 사라져 간 우리의 생명에 대한 애정을 보이는 등 왕성한 집필을 계속하고 있다.

‘강치야 독도 강치야’는 영어로 번역돼 영어권에 배포됐고, ‘귀신이 사는 집’ 중 ‘키 작은 나무’는 일본 작가에 의해 일본에서 일본어로 번역 출판됐으며, ‘귀신고래’는 스페인어로 번역돼 멕시코에서 출판됐다.

작가는 작품의 70% 이상을 포항지역의 사실을 바탕으로 쓴 것이어서 지역사 연구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문학평론가가 ‘2천 년대 가장 가치 있는 글’이라고 평가를 받은 ‘조선 마지막 군마’는 구룡포와 동해면에 이어져 있는 말 목장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산림청 선정 도서인 ‘아! 여우야’는 작가가 어릴 적 뛰놀았던 상대동 들판에 관한 자전적 이야기이다.

동해면 출신 석곡 이규준 선생에 관한 책도 석곡 선생의 한의학의 성과보다는 학문에 대한 깨달음으로 백성 속으로 나아감을 부각 시킨 작품이다.

작품이 포항을 소재로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작품들이 많은데 평소 자신의 성격과는 어떠한지 물었다.

“문학은 어차피 작가 자신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문학 관련 논문이 작가론이 아니겠습니까. 제 작품은 제 성격과 이상을 담아내는 그릇임을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저의 작품은 포항을 소재로 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저는 포항에서 태어나 초, 중, 고등학교를 포항에서 나와서 지금까지 포항에서만 살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몇 대째 포항 토박이 중의 토박이 입니다. 그러므로 저를 감싸고 키우고 오늘을 있게 한 환경의 모든 게 포항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 저는 그런 포항을 내 방식대로 사랑해 가는 방법이 포항의 사람들을 내 동화에 담아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작가의 모습도 그럴 것입니다.”

작가는 한국문인협회 포항지부장을 세 번(8, 9, 14대)이나 맡아 6년간 봉사하면서 지역문학계에도 크게 기여했고 초등학교에서 후진 양성에 전념하면서 수많은 제자를 길러내기도 했다. 지역에 바탕을 둔 소재를 문학화 함으로써 지역의 역사와 전통의 격을 높이는 계기를 만들었고, 문학 재능기부와 봉사를 통해 문화운동에도 크게 기여했다.

김일광 작가는 명사십리 해당화가 피어나는 송도 바닷가와 갈대를 꺾어 빗자루를 만들던 추억을 간직한 포항 토박이로 늘 온화한 미소 속에 황소 같은 추진력으로 동화 창작을 계속하고 있다.

오늘도 호미곶 구만리 동해 바다 고래를 기다리며….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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