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푸근한 사람들과 마주앉아
조근조근 주고받던 틈서리에 피었던
말 꽃의 내음 순한 향내를

잃을세라 집으로 돌아와서
깨끗한 수건에 잘 끼워두었습니다
서랍 첫 칸에 잘 접어두었습니다

귀하게 모아둔 수건 몇 장 있으니
비참의 기분 툭툭 털기도 좋고
벌떡이는 심장 누르기도 좋습니다

앞으로 몇 장은 더 모아야겠다 싶어
사람 만나러 가는 저의 매무시
이렇게 저렇게 살펴보곤 합니다




<감상> 푸근한 사람과 주고받은 말은 꽃처럼 짙은 향내를 지니고 있습니다. 시인은 그 향내를 간직하려고 깨끗한 수건에 잘 갈무리해 둡니다. 그 수건 차곡차곡 쌓이면 비참한 기분을 훌훌 떨쳐 버릴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 하겠지요. 그대에게 빌려준 손수건은 영원히 간직하고 싶을 것입니다. 다음에 그 사람을 만나러 가려고 매무시를 살펴 볼 것입니다. 그대를 위해 자신의 가장 예쁜 순간을 연출하는 주인공이 되고 싶으니까요.<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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