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남편과 시어른께 맡겨두고 쫓기듯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도시’라는 거대한 철벽을 넘어 대해를 건넜다.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모를 것이라 확신하며.
섬 기슭 외딴 집을 잊지 못한다. 빨간 양철지붕의 그 집은 산바람과 바닷바람이 수시로 드나들었으며 인기척이 드물어 은둔하기 그만이었다. 텃밭을 일구어 먹고 남을 만큼의 농사를 지었으며 돌출된 행동에도 타인의 이목을 생각지 않아도 충분할 그런 곳이었다.
나는 잠잠한 바다보다 거칠게 날뛰는 바다를 좋아했으며, 여름 바다보다 겨울바다를 좋아했다. 풍랑이 들어 수십 날 배가 오가지 못하면 어떤 그리움이 생성되곤 했다.
섬살이 2년, 나는 돌아와야 했으며… 돌아왔으며… 다시 탈옥을 꿈꾸기로 한다. 종종 섬 바람들이 찾아와 섬의 이야기를 전할 때면 나는 안도하려는 나를 궁지로 몰아 잔인하게 글을 쓴다.
내가 삭제된 곳에서 아무 말 없이 나를 기다려준 식구들 참 고맙다. 자꾸만 느려지려는 내 걸음 이끌어, 끝내는 정상에 다시 세우고야 마는 당신 참 고맙다. 못된 기질 괜찮다 괜찮다 다독여주며 더 독해질 수 있도록 용기 주는 당신 참 고맙다.
나, 다시 요구하고 싶다.
섬 기슭 한 무리 해국 속에서 완벽한 은둔을 위하여
나 여기서 다시 한 번 탈옥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