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상응조처 선후 논란ㆍ제재예외 속 불가역적 비핵화 대전제 확인 의미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현지시간) G20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코스타 살게로 센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연합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완전한 비핵화까지 대북제재가 유지돼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아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는 지난 10월 문 대통령이 유럽 순방 당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추동하기 위한 카드로 대북제재 완화를 공론화한 것과 결이 달라서다.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 코스타살게로센터에서 취임 후 여섯 번째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기존 제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현지 브리핑에서 밝혔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이런 원칙을 재확인한 것은 꾸준히 논란이 된 비핵화와 그에 상응하는 조처로서 제재 완화 간 선후관계와 관련해 ‘돌이킬 수 없는 정도의 비핵화’가 먼저라는 데 쐐기를 박은 것으로 풀이된다.

‘비핵화가 먼저냐 상응조처가 먼저냐’라는 다툼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미국은 추가적 비핵화 조치를 북한에 요구하지만, 북한은 이미 취한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조처로서 대북제재 완화를 미국에 요구해 맞서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의 발목을 잡는 선후관계 논란을 해소함으로써 양측의 입장을 좀더 효율적으로 중재·조율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특히, 미국의 협력 속에 남북철도 공동조사에 대한 유엔의 대북제재 예외 인정처럼 사실상 제재 완화 효능을 가진 조처가 뒤따른 점을 고려하며 제재 완화 문제 접근법을 새롭게 다듬는 모습이다.

사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태도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10월 유럽 순방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와 영국 정상을 만났을 때, 대북제재 완화의 전제조건으로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비핵화 진전’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런 전제를 내세워 제재 완화를 공론화하고 나섰지만, 문 대통령의 이 행보를 두고선 ‘선(先) 비핵화’에 무게를 둔 미국과 비핵화 공조 균열 아니냐는 우려가 일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정상이 ‘완전한 비핵화가 먼저’라는 원칙에 공감함으로써 우려가 어느 정도 불식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현재까지 취한 비핵화 관련 조치만으로도 대북제재 완화가 이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북한의 반발 가능성이다.

청와대는 북미 간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중재 역할로 이 문제를 풀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아르헨티나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은 비핵화가 불가역적 상태에 이를 때까지 제재가 필요하다고 해왔으나 북한이 힘있게 비핵화를 추진하게 하는 상호 신뢰관계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말하는 신뢰는 북한이 불가역적 상태로 비핵화를 진전시켰을 때 종전선언 외 대북제재 완화 같은, 그에 상응하는 조처가 이행될 것이라는 확신을 북한에 심어줘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완전한 비핵화 이행에 따른 대북제재 완화라는 상응조처를 보장함으로써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추동하는 ‘선순환’론이다.

결국, 문 대통령으로서는 미국으로부터 향후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받아내는 동시에 이를 원동력으로 북한의 비핵화가 더욱 속도를 내도록 하는 데 북미 간 비핵화 중재역의 초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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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kb@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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