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담벽에 볕이 따사하니
아이들이 물코를 흘리며 무감자를 먹는다


돌덜구에 천상수(天上水)가 차게
복숭아나무에 시라리타래가 말러갔다





<감상> 담벼락은 특히 겨울날에 햇살을 잘 끌어 모읍니다. 여기에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함께 놀고 음식을 나눠 먹기에는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물코(콧물)를 흘리며 고구마를 사이좋게 나눠먹었던 유년의 기억은 쓸쓸하지만 정겨웠습니다. 요즘 독서실, 게임방 같이 칸막이로 분리된 장소가 아니므로, 담벼락에 기댄 등처럼 따사로운 인간미가 있었습니다. 돌절구에 빗물이 차갑고, 복숭아나무에는 겨우내 음식물로 시래기타래가 말라가는 장면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햇살과 바람이 있는 한, 돌절구의 빗물과 나무에 걸린 사래기를 잘 말릴 수 있으니까요. 제목인 ‘초겨울의 하루’가 하루만이 아닌 시공간을 넘나들며 우리네 마음의 풍경에 담겨있습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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