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의 실핏줄 같은 그 작은 순간을 막을 수 없어서 새어
나간 수량만큼 울었나, 본데


아궁이의 고래 구멍 속까지 쳐들어오는 불길 또한 막을 수
없어서 웃었나, 본데





<감상> 항아리 실핏줄 같이 작고 짧은 순간의 인연을 붙잡을 수 없어서 우리는 운 기억이 있습니다. 한 때의 시절 인연은 다시 맺기 어려우니 울었나 봅니다. 억지로 끼워 맞춘다고 맺어질 인연이 아님을 세월이 지나서 깨닫습니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은 추억 속에 오래 남아 있습니다. 아궁이의 고래 구멍 속까지 들어오는 불길은 막을 수 없어 울었나 봅니다. 불이 지나는 길인 고래가 따뜻하면 구들장이 따뜻해져 오듯, 뜻하지 않게 찾아오는 인연을 억지로 막는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바로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이라는 말은 인연의 무상함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현세에서 좋은 인연을 만난다는 게 전생의 공덕 없이는 불가할 것입니다. 남은 생과 후생에는 어떤 인연을 지을지 알 수 없기에 음덕(陰德)을 쌓는 게 아닌지요.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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