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제 바닥 전망…대기업·협력사 상생정책 역효과 크다"

▲ 박상희 대구경영자총협회 회장
내년 국내 경제가 최저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재계에서는 정부의 대기업과 협력사와의 상생정책이 하청업체들의 경영 환경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정부가 원청 대기업과 함께 연구개발(R&D)을 통해 성과를 나누라며 자동차부품 업계의 경우 신규 자금 1조 원, 대출만기 연장 방식 등 모두 3조5000억 원 이상을 지원하고,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 등 급격한 경제정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갑질’ 개선 없는 원·하청 간 불공정거래 속에서 하청업체들의 R&D 성과와 영업이익률을 통한 고용성장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대구경영자총협회 박상희 회장은 21일 청와대·국회를 담당하는 대구·경북지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대기업의 가격 경쟁력 유지 방법들은 국제 기준과 맞지 않는 원가 계산서 요구, 특허 공유 요구를 통한 중소기업의 R&D 성과 가로채기, 최소 이윤으로 남품단가 낮추기, 선(先) 가격입찰 후(後) 성능평가를 통한 탈락업체의 최저 입찰가 강요 등 협력 중소기업에 대한 불공정 거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회장은 “원·하청이 노사 협상 대상으로서 공정한 거래·상생협력의 구조에서 대기업은 실질적으로 품질향상과 원가절감 등의 효과를 얻고, 원청업체 눈치에서 벗어난 하청업체는 R&D분야에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해져 제품 성공률 등 내부적 성장이 이뤄질 수 있다”며 “작금의 대기업 따로 중소기업 따로 움직이는 기업별 노사관계와 별도로 형성된 원청의 하청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직접 업무지시 등 원·하청간 불법·부당한 노사관계 개혁없이는 중소기업을 위한 공정한 정책이 절대 성립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맥락에서 중소업체들은 국내 대기업을 피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엑소더스’가 가속화될 경우, 국내 설비 투자는 감소하고 정부의 성급한 임금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 같은 노사정책과 급격한 경제정책이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내수경기 하락과 함께 한국 경제가 최저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라면서 “이럴 때일수록 원·하청 노동자와 경영진이 함께 만나 노동조건을 협상하는 노사상생이 중요하고, 경영·노동계는 서로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어주는 열린 경영과 상생의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대기업에 비해 정부정책과 시장경기에 더욱 민감한 중소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해야 할 중소기업중앙회가 제 목소리를 못 내고 정부 눈치만 살피는 것에서도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중기중앙회가 정부의 지원 없이도 자생할 수 있는 여건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기중앙회는 정부가 올바른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각 기관 각자의 입장을 잘 전달하고 서로 조율해 정책을 결정해야 하지만 기업을 대변하는 각 재계 단체들조차 제대로 기업의 입장을 주장하지 못하고, 정부 눈치만 살피는 가운데 궁극적으로는 노사 모두를 어렵게 만들고 대한민국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어 나가는 땜질식 정책들이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중기중앙회는 정부지원을 받지 않아야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대기업과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정부의 일자리 만드는 비용 54조를 중소기업 지원 등에 투자받아, 예컨대 중소기업 전담은행과 중소기업 전용 전시장 설립 등을 통해 100만 명 일자리창출 등 자립화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정부는 자동차부품업계에 3조5000억 원과는 별도로 미래차 핵심부품 개발 등에 2조 원을 투입해 부품업체들의 미래차 시장 진입도 돕기로 하는 등 대기업과 협력사와의 상생을 강조하는 R&D 성과보다는 제대로 된, 공정한 납품 단가를 매기는 게 우선”이라며 “원청 대기업의 눈치보며 1차 사가 2·3차 협력사들에 떠넘기는 설비투자 비용과 소비자 AS 비용 등 불공정거래의 악순환 속에 하청업체의 단순 조립 일감 형태의 R&D는 선진국형 발전모델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할 적폐”라고 재차 강조했다.

박 회장은 이날 오후 5시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에서 개최되는 ‘2018 기업하기 좋고 노동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노사화합의 한마당’에 참석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견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