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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헌경 변호사
세계 3대 법전은 함무라비법전, 로마법대전 그리고 나폴레옹 법전을 말한다. 나폴레옹 법전은 프랑스민법전이라고도 하는데 1804년 나폴레옹 1세 황제 때 제정·공포되었다. 나폴레옹 법전은 근대시민법의 기본원리인 소유권의 절대성, 계약자유의 원칙, 과실책임주의 등을 채택하여 그 후 제정된 각국 민법전의 모범이 되었다. 나폴레옹 법전은 나폴레옹이 프랑스 대혁명의 사상과 정신을 민법전에 담아 완성한 결과물이다.

나폴레옹이 육군 포병장교로 재임하던 1789년 바스티유 감옥 습격과 함께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났다. 나폴레옹도 군인으로 프랑스 혁명에 참가하여 공화주의자인 자코뱅파를 지지하는 소책자를 썼다가 체포되었다. 프랑스 대혁명은 시민과 농민 등이 주축이 된 민중들에 의하여 부르봉왕조의 절대왕정이 지배하던 구체제(앙시앵 레짐)를 무너뜨린 자유주의 혁명이다. 그 당시 프랑스는 계몽사상가인 장 자크 루소와 볼테르 등의 사회계약설이 많은 지식인에게 영향을 주었고 민중들이 공감하였다. 계몽사상가들은 절대왕정의 모순된 사회제도를 맹비난하면서 합리적인 사회제도의 출현을 주창하였다. 자유, 평등, 박애를 모토로 한 프랑스 대혁명은 이러한 계몽사상가들의 영향을 받은 프랑스 민중의 사회개혁 의지의 분출로 일어난 것이다.

프랑스 대혁명은 혁명의 소문을 들은 피지배 민족의 자유와 독립 쟁취의식을 고취하여 여러 민족을 거느린 주변 강대국을 불안하게 하였다. 오스트리아, 프로이센 등 주변 절대왕정 국가들은 프랑스의 혁명사상이 자국의 민중들과 피지배 민족에게 전파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이를 막기 위해 프랑스를 공격하였다. 그러나 프랑스 대혁명으로 들어선 프랑스 공화정 정부는 무능했다. 온건 지롱드파와 급진 자코뱅파 등이 대립하며 정국은 혼란하였다. 오스트리아와 전쟁을 벌였지만 혁명의 여파로 군대 및 지휘명령이 제대로 없어 프랑스군은 각지에서 패전을 거듭하였다. 이런 와중에 나폴레옹이 이끈 프랑스군이 감히 생각지 못했던 눈 덮힌 알프스산을 넘어 이탈리아에 주둔한 오스트리아군의 허를 찔러 격파하였다. 나폴레옹은 카르타고의 한니발이 알프스산을 넘어 로마를 침공한 것처럼 불가능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프랑스 국민의 영웅이 되었다. 이를 계기로 나폴레옹은 연전연승하며 황제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다.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군의 승리는 절대왕정 아래 신음하던 유럽의 민중과 피지배 민족에게 혁명의 사상을 전파하였다. 워털루 전투에서 패배하여 나폴레옹은 대서양의 외딴 섬으로 유배되어 죽었지만 그가 남긴 나폴레옹 법전은 새로운 근대유럽의 형성과 탄생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것이 문재인 정부다. 촛불혁명은 제왕적 대통령제로 인하여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됨으로써 생긴 권력농단과 적폐를 청산하기 위하여 일어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1년 반 동안 적폐청산을 위하여 노력해왔다. 그러나 적폐청산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에 의하여 생긴 잘못된 결과를 처벌하는 데 집중하였다. 폐단을 근본적으로 고치려면 결과보다는 그 원인을 제거하여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로 생긴 폐단을 청산하려면 그 원인인 제왕적 대통령제를 헌법개정을 통하여 바꾸어야 한다. 대통령으로의 권력의 집중현상을 막아야 그로 인한 폐단을 근본적으로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청산을 위한 헌법개정을 약속하였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후 헌법개정안을 내놓았으나 촛불혁명의 시대 정신인 제왕적 대통령제의 청산은 빼고 헌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국회도 헌법개정을 위하여 노력한다고 하였으나 헌법개정은 요원한 일이 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병폐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음으로써 청와대의 이상적 비대화와 권력의 집중으로 인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청와대 행정관들의 비리와 김태우 수사관의 민간사찰 폭로는 제왕적 대통령제로 인하여 생긴 폐단의 일례다.

청와대가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는 헌법개정은 외면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유전자적으로 선하다’고 외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금이라도 촛불혁명의 정신을 완성시키려 한다면 제왕적 대통령제의 청산을 담은 헌법개정을 해야 한다. 나폴레옹은 나찌의 히틀러처럼 전 유럽을 전쟁의 끔찍한 참화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래도 나폴레옹이 히틀러와 달리 존중받는 이유는 프랑스 대혁명의 정신을 나폴레옹 법전에 담아 혁명의 정신을 전 유럽에 전파시켰기 때문이다.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으나 국가경제도 국민의 살림살이도 나아진 것이 없다. 고달프고 어렵기만 하다. 청와대가 ‘우리는 선하다’는 아집을 버리고 몸을 낮추어 겸허한 자세로 국민과 소통해야 할 때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헌법개정을 통하여 바꾸고 제7공화국의 문을 활짝 열어주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촛불혁명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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