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추위 녹이는 따뜻한 사랑 노래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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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남부시’ 동인의 42호 시집.
전통의 시 동인 ‘동해남부시’ 동인의 시집이 나왔다. 1975년 첫 동인지 발간 이후 만 42년 동안 활동해 온 이 동인은 올해 제42호 시집을 묶어냈다.

정민호 동인 회장은 ‘한국 최장수 동인지의 긍지를 살리며’라는 발간사에서 “ 수 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새롭게 일어서는 동시에 조남훈, 이동욱, 권혁동을 새로운 회원으로 맞이해 함께 활동하게 됐다”면서 “영덕과 포항, 경주, 울산 등지의 문인들을 중심으로 동인을 결성해 오늘에 이르렀다”고 소회를 밝혔다.

2018년 42호 시집에는 한국불교문협 경북지부장을 맡고 있는 이장희 시인의 ‘아직도 볼 수 있는 기억’, ‘하나가 되는 기도’ 등 7편을 시작으로 울산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한 장승재 시인의 ‘그냥 이대로’, ‘믿음으로’ 등 6편, 1966년 ‘사상계’ 신인문학상으로 문단에 데뷔한 정민호 회장의 ‘발틱해의 바람’, ‘백야의 계절’ 등 6편이 실렸다. 뒤이어 이희목, 김이대, 김성춘, 양명학, 조남훈, 진용숙, 최해암, 조종래, 이동욱, 권혁동, 김귀현 시인의 시 6~7편씩 실렸다.

올해 42호에는 ‘동해남부시’의 그동안 이력을 시집의 말미에 달아 놓았다. 1975년 가을 경주에서 동인이 결성된 것부터 창간 당시 회원이었던 한흑구 수필가의 타계(1979) 등의 간략한 연혁을 수록했다. 연혁에는 1992년 시작품을 놓고 펼친 좌담회, 1995년의 창립 20주년 제 15호 특대호 발행, 2018년 작품집 발간까지 활동을 기록했다.

올해 발간된 ‘동해남부시’ 42호는 원로 시인들의 작품을 비롯해 올해 새 회원들의 작품이 함께 수록돼 신구의 조화가 돋보인다. 올해 동인지에는 바다의 정서를 사랑하는 마음과 감각적으로 오버랩 시킨 정민호 회장의 ‘사랑·바다시(詩)’ 연작과 양명학 시인의 ‘늙은 사랑’ 연작이 눈길을 끈다.

정민호 시인은 ‘사랑·바다시(詩) 1’에서 “바다를 가슴에 품고 싶다/ 그대여./ 짙푸른 순정으로 떠오르는/ 파도에게/ 내 풋풋한 사랑을 주고 싶다/~(후략)라고 노래하고 양명학 시인은 ‘늙은 사랑·55-소금’이란 시를 “그 많은 바닷물을 다/ 눈물로 짜내어 말렸기로/ 소금은 짜다./~(후략)”라고 노래한다. 김성춘 시인은 시 ‘함부르크 일기’에서 “(전략)/나는 클라라에게 묻는다/ 사랑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느냐고/ 사랑은 기쁨이냐 슬픔이냐고/ 사랑은 기쁨도 슬픔도 아니라고~(후략)”라며 클라라 슈만을 노래했다.

올해 새 동인 멤버가 된 이동욱 시인은 ‘노물리’라는 시에서 “빨간 등대, 낮에 더 환하다/ 사랑의 좌표를 잃어버린 사람들/ 한쪽 날개 파도에 젖은 채/ 이곳까지 와서 대낮에 등불을 켜 든다/~(후략)”라며 진정한 사랑을 갈구하는 정서를 포항 바닷가 노물리 등대에 있는 낙서들을 떠올리며 시로 승화했다. 역시 새 동인 멤버 권혁동 시인도 ‘사랑’이란 제목으로 “며칠째 황사 주의보가 내리더니/ 마침내 오늘은 시계 제로다/ 꽉 숨이 막힌다/ 가득히 밀려오는 미세먼지가/ 온몸을 파고드는/ 그 막다른 슬픔의 지점에~(후략)”라며 아득한 사랑을 노래하는 등 이번 시집에는 사랑의 정서를 노래한 시들이 여럿 담겨 추운 계절을 녹이고 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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