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진 감자는 촉의 번성을 위해
한철 제 몸의 굴곡을 쓰다듬으며 진액을 조율한 것이다

우리는 더딘 촉에 대하여
수십 일을 기다린 새봄에 대한 모욕이라 했는데
보드라운 잿가루도 허당이라 했는데
온전히 갈아엎자 삽을 들었는데

뒷산에 뻐꾸기 내려와 울었다
산복숭아 붉은 꽃잎 분분히 날린다
땅을 디딜 발 흔들린다

지축을 울리는 몰입의 증명
수십 갈래 부풀어 오르는 땅의 연주
감자의 아들들이 부르는 유록의 라노비아
멀리 사격장에서 울리던 총성도 멎었다




<감상> 겨우내 감자를 방에 놔두면 작은 촉을 내밉니다. 감자는 촉의 번성을 위해 제 몸의 진액을 다 소모해 버립니다. 엄마의 젖가슴처럼 쪼글쪼글해지고 굴곡이 생기고 맙니다. 우리는 더딘 촉에 대해 너무 조급해 하는 게 아닌가요. 봄에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겨울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만 합니다. 하여 지축을 울리는 땅의 연주와 어린 감자의 노래들을 들을 수 있지요. 촉에서는 수많은 씨감자의 아들들이 탄생하여 실하게 여물어 갈 것입니다. 그러나 씨감자는 진액을 모두 소모하여 죽어가므로, 이름 하여 우리는 어머니라 부릅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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