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하늘서 실험 진행…성공 여부는 장담하기 힘들 듯
환경부 "기술축적땐 언젠간 도움", 기상청 "효과입증되면 추가연구"

정부가 1급 발암 물질인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파악하기 위한 오는 25일 서해상에서 대대적인 실험을 진행한다.

정부는 기술적 한계 등으로 인해 이번 실험이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데 당장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좋은 출발점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25일 서해상에서 기상항공기를 이용해 만들어낸 인공강우가 미세먼지를 얼마나 저감할 수 있는지 분석하기 위한 합동 실험을 한다고 23일 밝혔다.

실험 지역은 경기 남서부 지역 및 인근 서해상이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인공강우 물질을 살포한 뒤 구름과 강수 입자 변화를 관측하고, 국립환경과학원은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분석한다.

이번 합동 실험에는 항공기, 선박, 이동 관측 차량, 도시 대기 측정망 등 다양한 장비가 활용된다.

두 기관은 일단 기상장비를 활용해 기온, 습도, 바람 등의 기상 여건과 미세먼지 상황을 분석한 뒤 실험에 적합한 장소를 찾을 계획이다.

날씨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인천 옹진군에 속한 덕적도 부근에서 실험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예보상 이 지역에 구름이 꽤 많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항공기는 시속 350㎞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면서 인공강우 물질인 요오드화은(silver iodide) 연소탄 24발을 살포한다. 분당 40g 정도다.

국립기상과학원은 구름과 강수 입자 변화를 관측하고, 천리안 기상위성과 기상레이더를 활용해 인공강우 생성 효과를 분석한다.

기상관측선이 해안 지역과 상공의 기상을 관측하고, 국립환경과학원은 해상과 내륙 등에서 인공강우 물질 살포 전부터 후까지 미세먼지 농도 변화를 연속적으로 관측한다.

인공강우를 이용한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기상청은 “중국과 태국에서도 인공강우를 활용해 미세먼지 저감을 시도한 바 있지만, 공식적인 성공 사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 인공강우를 이용해 미세먼지 농도를 낮출 수 있느냐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주상원 국립기상과학원장은 브리핑에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때 우리나라는 대체로 고기압 영향권에 있어 인공강우가 부적합하고, 기술적 한계로 미세먼지를 씻어낼 수 있는 정도의 비를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전했다.

인공강우로 내리게 할 수 있는 비는 우리나라보다 관련 기술이 6.8년 앞선 미국이나 우리나라 모두 시간당 0.1∼1.0㎜이다.

비의 양이 적으면 대기 중에 떠다니는 고체 또는 액체 미립자인 에어로졸 증가로 미세먼지 수치가 오히려 높아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런 부정적인 전망으로 인해 이번 실험이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인공강우 관련 공개 발언과 지시로 급조한 ‘이벤트’라는 비판도 나온다.

유제철 환경부 생활환경정책실장은 이번 실험을 인간의 달 탐험에 비유하면서 “당장 드라마틱한 효과를 볼 수 없을지 몰라도, 기술이 축적되면 언젠가는 인공강우가 미세먼지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종석 기상청장은 “인공강우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면 현재 기초연구 단계에 있는 인공강우 기술을 실용화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연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실험의 결과 중 기상 분야는 실험 다음 날인 26일 발표하고, 좀 더 과학적인 분석 결과는 전문가 자문을 거쳐 다음 달 발표할 예정이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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