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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동지는 24절후 중 스물두 번째로 극성해 가던 음(陰)의 기운이 양의 기운으로 전환하는 분기점이다.

바로 양(陽)이 시작되는 날이다.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 생명력과 광명의 부활이라 생각하여 중국 주나라에서 동지를 설로 삼은 적도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아세(亞歲), 민간에서 작은 설이라 부르기도 했으며, 동지팥죽을 먹으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생각했다.

서양에서도 동지를 부활의 날로 생각한 것 같다. 12월 24일 태양이 부활하는 날로 예수의 탄신일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동짓날 풍습으로는 팥죽을 쑤어 먼저 사당에 올리고 방과 장독, 헛간 등 집안의 여러 곳에 담아 놓았다가 식은 다음에 식구들이 모여서 먹는다.

동짓날의 팥죽은 시절식(時節食)의 하나이면서 신앙적인 뜻 즉, 축귀(逐鬼)하는 기능이 있다고 보았으며, 집안의 여러 곳에 놓는 것은 집안에 있는 악귀를 쫓아내기 위한 것이고, 사당에 놓는 것은 천신(薦新)의 뜻이었다.

팥은 색이 붉어 양색(陽色)이므로 양의 힘으로 음귀(陰鬼)를 쫓는 데에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염병이 유행할 때 우물에 팥을 넣으면 물이 맑아지고 전염병이 없어진다고 본 것이나 팥죽을 쑤어 상가에 보내어 악귀를 쫓는 풍습이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동짓날에 팥죽을 쑤게 된 유래는 중국의 ‘형초세시기 (荊楚歲時記)’에 공공씨(共工氏)의 망나니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서 역신(疫神)이 되었는데 그 아들이 평상시에 팥을 두려워하였기 때문에 역신을 쫓기 위하여 동짓날 팥죽을 쑤어 악귀를 쫓았다는 기록이 있다.

이런 의미에서 동지는 양의 기운이 시작되는 날, 생명의 부활, 새로운 해의 시작으로 보았으며, 집안이나 주변의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고 새로운 한해를 맞고자 하는 염원이 담긴 명절이다.

설날은 원단(元旦), 세수(歲首), 연수(年首)라고도 하며, 일반적으로 설이라고 한다.

설은 한자로는 신일(愼日)이라고 쓰기도 하는데 ‘근신하여 경거망동을 삼가한다' 라는 뜻이다.

묵은 1년은 지나가고 설날을 기점으로 새로운 1년이 시작되는데 1년의 운수는 그 첫날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던 탓이다.

설의 어원을 살펴보면 ‘설다, 낯설다’의 ‘설’에서 처음 맞이하는 ‘낯선 날’에서 유래를 찾는 이도 있고, ‘서럽다’는 뜻의 ‘섧다’에서 왔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에 중점을 둔 것이다. 또 다른 유래는 ‘삼가다’라는 뜻을 지닌 ‘사리다’의 ‘살’에서 비롯했다는 설도 있다. 각종 세시풍속 책에는 설을 신일(愼日)이라 하여 ‘삼가고 조심하는 날’로 표현하여 몸과 마음을 조심하고 가다듬어 새해를 시작하라는 뜻으로 본 것이다.

설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서 세수하고 미리 마련해둔 설빔으로 갈아입고 차례를 지낸다. 차례가 끝나면 어른들께 순서를 따져 세배를 올리며, 한해의 운수대통을 축원하는 덕담을 나눈다.

이런 의미에서 동지나 설날은 양의 기운이 시작되는 부활의 의미요,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경건함이 묻어나는 명절이다.

송구영신으로 묵은 것, 사악한 것, 잘못된 것을 청산하고 밝은 새해를 맞이하는 기쁜 날, 조심스러운 날이다. 험담은 접어두고 덕담을 나누는 날이다.

위당 정인보 선생의 ‘새해의 노래’ “온 겨레 정성덩이 해 돼 오르니 올 설날 이 아침야 더 찬란하다. 뉘라서 겨울더러 춥다더냐. 오는 봄만 맞으려 말고 내 손으로 만들자”라는 가사처럼 겨울의 추움을 탓하지 말고 새봄을 만들어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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