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대구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 사무실에서 38년 만에 부모와 아들이 감격스러운 상봉의 시간을 가졌다.

대구에 사는 김진호(61)·김정희(56)씨 부부는 훌쩍 커버린 39살의 김태형 씨를 끌어 안고 눈물을 쏟았다.

이렇게 극적인 상봉이 있기 까지는 대구지방경찰청 장기실종수사팀의 끈질긴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태형 씨와 부모가 헤어졌던 1981년 12월 20일은 아버지 김진호(61) 씨 기억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김 씨는 당시 지인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태형 씨와 함께 중구 동인동 대구예식장을 찾았다. 하지만 결혼식장에 모인 인파 속에서 순식간에 태형 씨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30여 년 동안 후회하고 또 후회했던 하루다.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지만, 바 로 아들을 찾을 순 없었다. 이 기간에 대구 백백합보육원에 맡겨졌던 태형 씨는 일주일 만에 미국으로 입양됐고 이들의 거리는 더욱 멀어졌다.

시간이 흘러 지난 2017년 8월 14일 장기실종수사팀이 사건을 원점에 놓고 다시 수사에 들어갔다.

장기실종수사팀은 백백합보육원 협조로 성은 다르지만, 실종 아동과 같은 이름인 ‘한태형’이라는 입소카드를 발견한 것이다. 태형 씨 주머니에 있던 이름과 생일이 적힌 메모지도 나왔다.

김 씨는 경찰이 보여준 입소카드 사진을 보고 아들임을 확신했다. 함께 발견된 메모지도 지인이 사주를 봐준다고 적었던 종이라며 구체적인 증언을 내놨다.

경찰은 대한사회복지회에 입양기록을 요청하고 태형 씨가 미국 펜실베니아에 거주하는 한 부부에게 입양된 사실을 포착했다.

하지만 태형 씨를 찾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외교부에 실종 아동과 양부 확인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계기관인 중앙입양원, 해외입양인연대 등의 도움으로 양부모 주소로 등록된 곳에 우편을 발송했으나 수취인이 없어 반송됐다.

그러던 중 미국 내 입양인의 협조를 얻어 양부의 이름을 확인했고 태형 씨와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 경찰은 아버지가 애타게 찾는 사실을 태형 씨에게 전했고 지난해 10월 31일 친자로 확인된 DNA 검사 결과도 알렸다.

한국말을 못하는 태형 씨는 통역을 통해 “16살 때 친부모를 찾아 나섰지만, 쉽지 않았다”며 “이후 20여 년 동안 친부모가 나를 버린 줄 알고 있었다”고 지난 아픔을 설명했다.

이어 “부모가 나를 찾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롤러코스터를 타는 벅찬 기분이었다”며 “양부모도 한국에 간다고 하니 함께 기뻐해 줬다. 너무 행복하다”고 웃음을 지었다.

김 씨도 “아들 소식을 듣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다”며 “이번 설 명절에 온 가족이 모여서 제사도 지내고 경주도 함께 여행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태형 씨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다음 달 7일 오전 1시 비행기로 미국에 돌아간다. 그러나 아쉽지 않다. 오는 9월부터 서울 경희대학교에서 일 년 과정의 한국어 수업을 받아 부모와 계속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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