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일부 징계시효 기간 만료, 나머지 사유는 성희롱 해당 안돼"

기간제 여교사를 성희롱한 사실로 파면된 대구의 한 사립고 교사가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대구지법 제14민사부(이덕환 부장판사)는 지난해 2월 26일 파면 처분받은 50대 교사 A씨가 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파면처분무효확인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1992년부터 대구의 한 사립고 교사로 재직한 A씨는 학교법인 사무국장을 거쳐 지난해 3월부로 교감으로 부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학교법인 교원징계위원회는 지난해 2월 23일 A씨에 대한 파면처분을 의결했고, 3일 뒤 재단 이사장은 성실의 의무와 품위 유지의 의무 위반을 이유로 A씨를 파면처분 했다.

징계위원회가 근거로 내세운 징계사유는 이렇다. 징계사유는 모두 4가지다. 먼저 학교법인 사무국장으로 재직하던 2015년 정규교사 채용과정에 있던 기간제 여교사 B씨에게 이른 아침과 밤에 ‘예쁘다’ ‘데이트하자’ ‘바다 보러 가자’ ‘정규직 채용에 도움 주겠으니 호텔 객실에서 보자’는 등의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고의성이 짙은 권력형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제1 징계사유). 2017년 3월부터 8월 사이에도 새로 부임한 기간제 여교사에게 밤이나 아침에 ‘보고 싶다’ ‘좋아한다’는 등의 내용으로 카카오톡이나 전화를 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지적했다.(제2 징계사유). 또 2015년 연말 당시 정규 교사 채용 과정에 있던 기간제 여교사에게 결혼이나 임신하더라도 휴가나 휴직 없이 출산 전까지 일하게 할 수도 있고 근무 태도가 불성실할 경우 보복성 업무 분장이 가능하다고 협박한 사실도 내세웠다.(제3 징계사유). 다만, 또 다른 여교사가 A씨의 아이를 가졌으니 낙태 조건으로 3000만 원을 요구하는 문자를 봤다는 이의 주장(제4 징계사유)에 대해서는 징계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년이 지난 경우여서 징계사유에서 뺐다.

A씨는 소송에서 제1, 제3의 징계사유는 학교법인 정관에 따라 징계시효가 이미 지났고, 제3 징계사유와 같이 협박성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제4 징계사유와 같은 행위를 한 적도 없고, 이 사건 파면처분의 징계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다.

제1, 제3의 징계사유는 징계의결 요구 당시 2년의 징계시효 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나머지 제2의 징계사유 만으로 파면처분을 하는 것은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됨에 따라 A씨에 대한 파면처분은 무료로 봐야 한다고 제시했다.

재판부는 “새로 부임한 기간제 여교사에게 6개월 동안 밤이나 아침에 카카오톡이나 전화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제2 징계사유의 경우에도 오히려 피해교사가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는 의사를 한 번도 표시한 적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교원의 품위손상 행위는 교원사회 전체에 대한 국민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어서 A씨에게 적정한 수준의 징계조치를 취할 필요성은 있지만, A씨 역시 자신의 행위가 부적절했다고 인정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는 데다 27년간 해당 고교에서 성실하게 근무해온 점 등을 고려하면 파면처분은 무효로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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