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석 새경북포럼 구미지역 위원 정치학박사.jpg
▲ 윤종석 구미지역위원회 위원·정치학박사
거리가 온통 현수막으로 도배되었다. SK하이닉스반도체 구미유치를 기원하는 내용이다. 영하의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아이스 버킷챌린저 릴레이에 시민들 너도나도 동참하고 있다. 그만큼 간절하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국가공단이 소재한 곳 구미가 처한 현실이다. 지방도시의 침체가 구미뿐이겠나 만, 공단경기가 시민 살림과 직결되는 구미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내륙 최대의 국가공단이라는 자부심도 지나간 추억, 5공단 조성 후 마땅한 입주기업을 찾지 못하고 침체되는 경기에 위기감을 느낀 시민들의 절박함을, 국민청원과 6000명이 모인 ‘대구경북 상생 시민 한마음대회’에서 알 수 있다. 1968년 내륙공업단지조성 후 구미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의 내륙공업단지인 구미공단은 70년대 경제개발계획이 낳은 한국의 실리콘밸리이다. 산업화시대의 표본이며 근대화의 상징인 내륙의 한 지방 도시가 국내 최대 수출도시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전자산업의 메카로 잘살아보자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구미가 가진 지리적 조건 그리고 한마음으로 동참한 시민 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그 결과 구미는 성장시대 수출정책과 국가 근대화를 위한 지역 균형 발전을 축으로, 내륙 최대의 첨단 수출산업단지로 변모하게 되었다. 그러나 산업화시대 화려한 영광도 옛 추억일 뿐, 현실은 거리마다 상가임대를 알리는 현수막과 SK구미유치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절규에서, 도시의 암울한 그림자와 함께 공단의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정부 주도로 올해부터 10년간 120조 원을 투자하는 SK반도체 클러스터 유치는 고용 창출 효과가 1만 명 이상에 달해 경제적 파급 효과가 수십조 원에 이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다. 따라서 용인, 이천, 청주 등 수도권에 근접하거나 포함된 도시와 경쟁하는 구미공단의 경우 SK하이닉스반도체 유치경쟁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을 만큼 절박하다. 그동안 저임금에 기반을 둔 생산 공장의 해외이전은 공단의 위축을 가져왔고,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된 수도권 규제 완화는 지방 균형발전을 무색하게 수도권 집중화를 만들었다. 그런 이유로 수도권의 공단은 지방공단과는 비교할 바가 안 될 정도로 비대해져, 경제와 인력 등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블랙홀을 만들었다. 기업의 공단유치의 조건으로 등장하는 접근성과 입지의 인프라만 생각하면 수도권이 정답이다. 하지만 지방 없는 수도가 과연 존재할 수 있겠는가. 지역소멸위기에 처한 지방에서 보는 ‘법과 제도’는 비수도권과의 불균형을 막기 위한 보루이기에 마지막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수도권 공장총량 제’는 수도권의 과밀화를 방지하고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한 제도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 문제는 현세대는 물론 미래세대의 멍에로 작용할 수 있다. 자원과 인구의 집중화는 불평등을 양산하여 대한민국이 양분되어, 이대로라면 수도권공화국과 지방공화국으로 분리 독립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대구경북 상생 시민 한마음대회’에 모인 시민들의 위기의식은 ‘수도권 공장 총량제’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허울뿐인 생색내기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왜 그동안 수도권 규제완화로 인한 블랙홀에 대해 우리가 소극적으로 대처하였는가. 조금 더 일찍 위기의식을 가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때를 놓치지 말라는 속담이다. SK하이닉스 반도체공장 구미유치는 지방발전을 위한 마지막 기회이며 국가의 균형발전을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SK하이닉스기업의 입장에서도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다. 지방자치단체가 한마음이 되고 대구와 경북이 한뜻으로 뭉쳐 지원하는 지금의 기회가 다시 오리라는 보장은 없다. SK하이닉스의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상생발전을 위해서라도 통 큰 결단을 기대한다. 지방의 소멸, 구미가 지금 그 시범 사례에 들었다.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상생을 위한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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