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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성우 사)국가디자인연구소 이사장
보수를 대변하는 112석을 가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구태정치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이 너도나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치맛자락을 붙들고 전당대회를 치르겠다니 이게 공당인가 싶다. 정치권에서 정치적 철학과 정책 노선에 따라 정파적 갈등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친박-비박 갈등은 차원이 다르다. 자유한국당은 정당사상 유례없는 친박-비박 싸움으로 대한민국 정통 보수정당의 위상을 일순간 무너뜨린 원죄를 안고 있다. 그런 자유한국당이 환골탈태도 모자랄 판에 지금 자유한국당의 모습을 보노라면 2016년 국회의원 총선 대패와 2017년 대통령 선거 참패의 기억을 망각하고 있는듯하다.

자유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이 기소돼 당원권이 자동 정지된 지 6개월여 만에 정치적 1호 당원이었던 박 전 대통령을 강제 출당시킨 정당이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을 보수 혁신의 계기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국민들은 내심 자유한국당이 보수를 대변하고 집권 여당과 당당하게 맞서 싸우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그동안 자유한국당의 보수 혁신은 구호일 뿐 새로운 보수의 내실을 채워 가는 노력은 기대 이하였다. 오히려 인적청산 없는 말장난만 늘어놓았다.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그 어느 때보다 당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당내 통합의 전기를 마련해야 하는 전당대회에서 조차 주요 당권 주자들이 그저 표를 얻기 위해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주장하거나 정치적 인연을 강조하는 등 친박 정서에나 기대려고 전전긍긍하고 있으니 보수의 진정한 혁신을 기대했던 국민들은 기가 찰뿐이다. 자유한국당이 살 길은 ‘박근혜당’이라는 멍에에서 벗어나 국민 전체로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정치발전을 위해 박 전 대통령을 자연인으로 놓아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특정 세력이 또다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현실정치에 끌어들인다면 박 전 대통령을 두 번 죽이는 것은 고사하고 집권여당의 20년 집권에 지대하게 큰 공을 세우는 우(愚)를 범(犯)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철 지난 박근혜 마케팅과 더불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또 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과 겹치는 통에 불거진 전당대회 일정 논란이다. 일부 주요 당권 주자들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나 등장했던 ‘북풍’ 공작설을 끄집어내며 어처구니없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북·미가 치열한 협상과 줄다리기 끝에 확정한 정상회담 일정이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효과를 감소시키려는 술책이라고까지 했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와 북·미 정상회담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나? 특히 다수의 후보들이 당에서 정한 대회 일정을 연기하지 않으면 후보등록을 하지 않겠다니 참으로 비겁하다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후보등록비가 과하다거나 현 상황에서 본인의 경쟁력이 타 후보에 비해 부족함이 있어 사퇴한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이 선당후사 정신에 부합한다고 본다.

자유한국당에 다시 묻고 싶다. 그렇게 자신이 없는가? 당당하지 못하면 간판을 내려야 한다. 아니면 자유와 법치, 헌신과 책임이라는 보수의 가치를 분명하게 정립하고 보수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실천적 방안과 비전을 놓고 당권 주자들이 당당하게 경쟁을 해야 한다. 그러면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는 저절로 따라오게 되어 있다. 집권 시절의 영광만을 그리워하며 국정농단의 기억을 잊은 채 미래가 아닌 과거에만 매달리면 만년 야당에 머물 수밖에 없다.

논어에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라는 말이 있다. ‘잘못을 고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잘못’이라는 뜻이다. 자유한국당은 대한민국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이며 국정의 한 축이다. 자유한국당의 이번 전당대회는 당의 쇄신과 도약의 출발점이자 환골탈태의 서막이 돼야 한다. 새 시대에 걸맞은 건전한 보수를 재건하라는 민심의 회초리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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