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를 보고 온 날부터 늑대는 말이 없었다

늑대는 자신의 영역을 폐쇄하고 더 깊은 산속을 찾아들어갔다

그때부터 먼 산골짜기에서 파도 소리가 들렸다

가끔씩 이 산 저 산 꼭대기에 그 늑대가 출몰하는 것이 보였다

멀리서 보면, 높다란 파도 끝에 늑대가 우뚝 서 있는 것 같았다





<감상>푸른 늑대는 다름 아닌 내면속의 자신이 아닐까요. 자신의 이상을 찾아 푸른 바다를 찾았으나 좌절을 겪은 후, 산속으로 돌아오고 맙니다. 냉혹한 현실 앞에서 늑대는 자신의 영역을 폐쇄하고 말이 없습니다. 누구나 큰 꿈을 꾸면서 살아가고 좌절의 연속이지만, 그 꿈은 버릴 수가 없습니다. 저 자신부터 20대에 꾸었던 꿈이 평생 가니까요. 현세에서 불가능하다면 후세에 가서 이루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 답니다. 늑대가 비록 산꼭대기에 서 있지만, 높다란 파도 끝에 서 있는 것과 같습니다. 언젠가 자신의 꿈을 이루는 모습을 동경하면서 말입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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