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국가 균형발전’ 말할 자격이 없어졌다. 피폐해가는 지방을 살리기 위해 만들어 놓은 법을 허물고 수도권에 또 거대 기업을 끌어다 놓는 결정을 했다. 총 120조 원을 쏟아붓는 세계 최대 규모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로 경기도 용인을 선택했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특수목적회사(SPC)가 20일 용인시에 투자의향서를 공식 제출한 것이다. SPC가 투자의향서를 제출 한 형식이지만 이는 사실상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관계부처가 부지를 용인으로 하는 것을 용인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동안 경북도와 구미시가 올인 하다시피 공을 들인 투자 유치가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정부가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선 안 되고, 수도권 공장총량제를 준수해야 한다고 외쳤지만 물거품이 됐다.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를 위해 엄동설한에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아이스버킷 챌린지부터 지역 자치단체와 상공인단체 등 수많은 단체들의 궐기 집회와 성명서 채택이 있었지만 허사라는 것이 드러났다. 지역민이 또 한 번 심각한 좌절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됐다.

문재인 정부의 모토가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롭게’라고 하지만 그 첫 번째 모토부터 지켜지지 않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기회의 불평등이 너무나 심각한 지경이다. 이미 포화상태인 수도권이 인력이나 연구시설, 연계 기업이 많이 있다고 해서 법까지 어기며 또 그곳에다 100조 원이 넘게 투자되는 거대 기업군을 가져다 놓는 다는 것은 지방을 죽이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러고서야 어떻게 ‘기회의 평등’을 논하고 ‘과정의 공정’을 얘기할 수 있나.

이렇다 보니 지방에서는 있던 기업들까지 하나둘 경기도로, 국외로 빠져 나가 기존 산업단지는 폐허가 되고, 새로 조성해 놓은 산업단지도 텅텅 비어 있다. 이 때문에 지방의 자치단체장들은 기업유치를 위해 동분서주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안중에는 지방은 없어 보인다. 오직 수도권에 모든 재원과 인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번에 반도체 클러스터의 입지를 용인으로 하면 가까운 경기도 이천과 충북 청주에도 투자가 이어져 수도권 집중에 부채질을 하게 될 것이다.

특히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에 나섰던 구미시의 경우 산업의 공동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역 경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구미는 그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전자산업의 메카로 불렸지만 이들 기업의 주력 사업들이 경기도나 외국으로 빠져나가 빈 껍데기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할 것이면 정부는 이미 사문화 된 공장총량제를 폐기해야 한다. 지방은 인구가 급격히 감소해 소멸 위기에 놓여 있는데도 수도권에 인구가 모여들 대규모 공장들을 짓게 하고 있다. 이러고서야 어떻게 균형발전을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정부는 지방을 살릴 대책을 내놔야 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