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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
이틀 후면 2차 북미정상회담이 시작된다. 1차 북미정상회담 직전과 유사하게 북한 비핵화와 관련하여 여러 발언이 미국 정부 당국자로부터 이어지고, 많은 소식통이 합의에 관한 전망을 쏟아낸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사흘 후에 발표될 합의문을 예상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합의문의 내용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 합의문에 담길 내용을 평가하는 것은 북한 비핵화의 현 수준과 앞으로의 진행을 위한 정책 수립에 필수이다. 그러나 각자의 기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이 자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기도 전에 “성공적인” 회담으로 규정했다. 향후 북한과의 대화 동력만 지속하는 것으로도 2차 북미정상회담이 의미 있다는 평가부터 북한의 완전한 핵 포기 선언과 일괄적인 비핵화 조치가 없으면 실패라는 양극단의 판단이 가능하다.

여러 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겠지만, 가장 핵심인 북한 비핵화 측면에서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을 주목해야 한다. 첫째, 비핵화의 목표와 정의이다. 미국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작년 12월 20일 발표처럼 미국이 한국에게 제공하는 핵우산을 거두어들이는 ‘조선반도 비핵화’를 추구한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명확하게 ‘핵 무력 포기’를 선언하지 않는 것은 미국과의 적대관계가 청산되는 조치가 있어야 북한 인민을 설득할 수 있으므로 보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가 공식적으로 언급된 작년 4·27 판문점 선언 이후 지금까지 비핵화 목표와 정의가 여전히 불명확한 상황에서 이번에도 합의에 실패하고 시간이 흐른다면 북한을 사실상(de facto)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둘째, 검증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 합의는 1994년 제네바 합의와 2005년 9·19 공동성명보다 진일보해야 한다. 당시 북한은 핵 개발 중이었고, 지금은 핵 능력을 거의 완성한 상태이므로 같은 잣대로 접근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이전 두 사례에서 한 번도 검증의 벽을 넘지 못하였으므로 북한 비핵화의 의미 있는 진전을 위해서는 검증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시간표가 필요하다. 최근 며칠 사이에 미국 당국자가 발언한 북한 대량 살상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의 “동결”이 논란을 자아내고 있다. 미국이 협상의 목표를 폐기가 아닌 동결로 낮춘 것이라는 우려이다. 그러나 1994년 제네바 합의의 예를 들면 동결은 5MW 원자로, 방사화학실험실, 건설 중인 50MW 원자로, 200MW 원자로, 핵연료봉 공장 등으로 대상을 정하고 사찰요원을 상주시켜 핵 동결의 이행을 감시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동결은 신고, 검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종국에는 폐기가 되는 로드맵 상에 위치한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동결을 선언만 하고 이행 조치가 없는 것은 동결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실제 이행 조치이다. 북한이 이미 수차례 공헌한 풍계리와 동창리의 ‘참관하에 영구 폐기’는 국제기준에 맞는 ‘검증’으로 조속히 이행되어야 한다. 역시 북한이 공개·비공개로 수차례 언급한 영변 핵시설 폐기도 이전과 같이 외부의 ‘참관’ 하에 일부 시설만 자체 폐기하는 것이 아닌 전체 시설에 대한 신고, 검증, 폐기 절차가 진행되어야 한다.

네 가지 판단 기준에 따라 2차 북미정상회담의 점수가 매겨질 수 있다. 이번에는 절대 낙제점을 받아서는 안 된다. 재수강의 기회가 보장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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