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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장 연구위원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정부의 고강도 규제정책, 금리 인상, 증시불안 등으로 수도권의 부동산 거래가 크게 감소하였다. 이로 인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매수자가 시장을 주도하는 부동산 경기후퇴기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 기준금리가 상승하여 하우스푸어(house poor)가 발생할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수도권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이나 거래량 등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구를 비롯한 일부 도시의 아파트 분양시장에는 풍선효과(balloon effect)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월 기준 아파트 매매가격은 대구가 2.3%, 대전이 2.2%, 광주가 2.1% 올랐다. 대구의 경우 부동산 투자의 매력이 높은 수성구가 2018년 9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규제가 덜한 달서구, 동구, 중구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함으로써 타 도시에 비해 평균 단가를 높이고 있다.

특히 대구 중구는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재생사업에 따른 이주 수요 증가와 분양권 프리미엄 상승의 영향으로 전국 176개 시·군·구 중 2주 연속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았으며, 수성구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어 있지만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비대상지역이므로 미세하나마 아파트 매매가격은 여전히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경북지역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최근 구미는 제조업의 불황으로 아파트 수요가 감소하고 있고, 포항과 경주는 지진 등 자연재해의 여파로 역내 수요가 이전하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대구와 연관되어 가격 상승세를 이어가던 경산도 제조업 경기악화와 공급과잉으로 매매가격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경북지역 전체의 아파트 가격은 지난 1월 기준 4.6%가 감소하였고, 시·군별로는 포항 -6.5%, 안동 -4.8%, 구미 -4.4%, 경산 -1.3%를 보였다.

이같이 수도권과 대구·대전·광주 지역의 주택가격이 상반되는 것은 수도권에 규제가 집중되면서 지방의 주요 도시나 수도권 내 비규제지역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기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구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는 중구·남구·북구 등에서 전매 제한이 풀리면서 분양권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에도 기인한다. 또한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발생하는 것으로 지역 경기 측면에서 좋지만은 않는 현상이다.

대구지역은 경기침체를 동반한 가격 상승이므로 부동산이 활황을 보이는 시기와는 양상이 다르다. 소득 대비 대출 비중이 타 지역에 비해 높기 때문에 부동산시장에 유입된 자금이 타 지역으로 이출되거나 금리가 인상될 경우 지역경제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가계는 무리한 투자를 자제하고 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상환 대비가 필요하다. 주택가격은 정부규제나 금리인상, 지역의 기반산업 성쇠 등과 맞물려 형성되지만 시점이 불확실한 변수 등에 충격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자동차부품이나 섬유와 같은 주력업종의 채산성 악화로 인한 소득감소와 주거비용 증가에 따른 소비위축이 경기악화를 부추길 수 있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안정적인 투자를 지향하고 거름지고 시장가는 식의 밴드왜건 효과(band wagon effect)가 나타나지 않도록 현명한 투자와 소비 관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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