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하는 말은
키질로 피어나서 먼지가 일렁이는
헛간의 어두움 속에 있다
도무지 흐릿하여 걸어놓은 망태기처럼
걸러낼 수가 없다

바쁜데 왜 내려 왔느냐!
자식 키우느라 돈 없는데 애미 줄 용돈 어디 있냐!
비싼 괴기는 왜 사왔느냐!

그러면서,
쇠절구에 깨를 빻으면서 엉덩이를
들썩인다, 후라이팬에선 햇살이 볶인다
달궈진 마당은
쏟아 붓는 소나기를 마구 튕긴다

곡식을 까부르는 팔과 다리는 리듬을 탄다
몸 전체가 내는 언어의 표정이랄까
날려가는 검불은 어머니 말씀,
키 속의 알곡은 숨은 뜻,
그 사이 팽팽히 줄을 당겨 놓을 줄 아는 것





<감상> 어머니는 반어(反語)의 대가이시다. 장가가서도 어머니의 반어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반어는 자식을 먼저 생각하는 데서 나온 말이다. 아들이 고향집에 내려오면 가장 기쁜 것이 어머니의 속마음이다. 그걸 감추느라 겉으로 내뱉는 말은 퉁명스럽다. 내가 유일하게 배우지 못한 농사일이 곡식을 까부르는 키질이다. 키질은 어머니의 전유물이고 반어가 숨어 있다. 내가 반어를 조금 이해할 쯤 어머니는 떠나셨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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