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환 영덕 남정중 교사
3월에서 시작해 5월 말까지 격주 목요일에는 ‘포스텍 문명시민강좌’가 열리는 날이다. 포스텍은 융합문명연구원(RICC), 소통과 공론연구소(ICP), 포스텍평화연구소(PPI)가 공동으로 ‘포스텍 문명시민강좌’를 마련했다. 이 강좌는 200여 명의 참가자를 모집해 3월 7일 첫 강의를 시작했다.

경북일보 3월 8일 자 ‘아침광장’에도 소개된 적이 있지만 대학의 교육, 연구, 봉사의 3대 기능으로 볼 때 이번에 마련한 포스텍 문명시민강좌는 포항 시민들과 소통하고 지역과 상생하는 대학의 역할을 수행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겠다.

‘포스텍 문명시민강좌’는 문명강좌를 통해 시민다움을 토론하고 성찰하는 과정으로 미래 사회에 대비하는 교육 프로그램의 성격도 있다. 일반적으로 분과학문 체제에서는 배우기 힘든 융합과 통섭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각자의 생애주기에 따른 교육 수요를 충족시켜 주는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이 같은 취지에 공감하는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강의를 신청해 열기를 더했다.

인문교양과 융합교육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수강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기획실습 과정을 통해 포항 시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대화하면서 각자가 지역사회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는 시민의식을 가질 수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그들만의 리그’로 불리던 지역의 유명 대학을 넘어 시민들과 함께하는 대학으로 포항에 사는 것이 자랑스러운 것으로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포스텍이 있는 포항에 사는 사람으로 자랑스러움과 긍지를 갖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첫 강의로 김훈 작가의 ‘내 마음의 영일만’이라는 주제 강연을 들으면서 몇 가지 소감을 독자들과 나누며 발전적으로 나아가는데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

난 어디로 가야 할까?

30년 이상 살아온 포항에서 나는 왜 새로운 빛을 보지 못하는 걸까. 고향에서 보다 더 많은 날을 영일만을 봐오며 살아온 나는 왜 새로운 시간을 찾지 못하는 걸까.

김훈 작가의 강연을 들으며 스스로 자책하며 작가가 영일만에서 새로운 빛과 시간을 찾았듯이 어디엔가는 나에게도 그런 곳이 있을 것으로 확신하며 찾아가 보려 한다.

나는 그런 곳만 찾는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라고 마음 되새김질하며 가본 곳 중에는 못 느꼈으니 더 많은 여행을 해보려 한다.

그 곳이 바다가 아니라 산속일지라도, 그 곳이 우리나라가 아니라 외국일지라도. 자괴감도 들었지만 다행인 것은 작가가 준 희망의 말도 기억하겠다.

작가에게 “영감이란 없다”고 한 말, 그 말을 믿고 싶다.

살아오면서 한 편의 한 문장의 글귀를 보고 장편 소설 마의태자를 쓴 작가, 등단한 작가에게 “누구의 영향을 많이 받았냐”는 말은 묻는 것이 아니라 무안을 주던 그 작가는 우리와는 다른 무엇이 있구나 하고 확신하며 살아왔다. 그 무엇은 ‘영감’이라는 것으로 지금까지 나름 정의하고 있었으며 그런 걸 받지 못한 저와는 다른 세상의 분으로만 보아왔다.

그런데 김훈 작가는 “영감이란 것은 없다” 라고 하며 작가도 느껴보고 싶다고 했으니, 우리 범부들에게 큰 희망을 주었다. 자괴감과 희망을 동시에 준 강연을 기억하며, 후일 새로운 빛과 시간을 찾고 단독자로 설 수 있다면 그것은 온전히 ‘포스텍 문명시민강좌’의 덕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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