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의 함정'에 빠진 대기정보, 측정소 결과와 다른 정보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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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전 10시 대구 달서구 진천동에 설치된 대기오염 자동측정소가 발표한 대기 질 정보와 20분 뒤 달서구 감삼동을 지나는 택시 센서가 실시간으로 전송한 대기 질 정보 수치가 상이한 수준으로 나왔다.
대구 동구 대구공항 주변에 사는 직장인 A씨(48)는 건강 관리를 위해 출근 전에 조깅을 하는데,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 등 대기환경정보를 늘 검색한다. 공기 질이 매우 나빠진 최근에는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날씨예보나 대기정보시스템에서는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가 ‘좋음’으로 나왔지만, 실제 운동하는 과정에서 목이 칼칼한 느낌이 들어서다. A씨는 “대구에 대기오염측정소가 14곳뿐이라고 들었는데, 우리 동네와 동떨어진 측정소의 측정결과를 믿어야 할지 의문”이라면서 “동네 구석구석까지 실시간으로 대기 질 상태를 알려주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씨 말이 일리가 있다. 대구에는 14개의 대기오염 자동측정소가 있다. 중구와 서구, 남구 각 1곳을 비롯해 달서구와 북구, 서구, 달성군 각 2곳, 수성구 3곳에 있다. 공공기관이나 주민센터, 초등학교 3~4층 높이 옥상 등지에 설치돼 있다. 시민들이 바로 들이마시는 공기보다 더 높은 곳에서 측정하는 셈이다. 측정소 무게 등을 고려한 건물 안전도도 따져야 하고, 민원도 해결해야 하는 등의 문제로 이런 곳에 설치하고 있다.

대구시는 14개 측정소에서 모니터링 한 수치의 평균값을 기준으로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일괄적인 예·경보 조치를 하는데, 하나의 행정구역 내에서도 바람이나 날씨, 교통량 등 다양한 원인에 따라 미세먼지 농도의 양상이 달라지는 점을 고려하면 14개 측정소의 대푯값이 ‘평균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경북연구원 도시지역연구실 권용석 박사는 “행정구역 전체 지역 측정값의 평균은 실제 특정 지역에서 위험 수준을 훨씬 넘어서더라도 평균화 과정에서 국지적 차이가 상쇄되기 때문에 결국은 ‘양호하다’라는 엉뚱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경북일보 취재진은 대안을 찾아 나섰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자체예산을 들여 2017년 구축한 ‘이동형 도시 환경 센싱 테스트 베드’ 시스템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초연결 지능데이터 생태계 구축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대구지역 내에 더 촘촘한 미세먼지 측정망을 구축하는 시도다. 대구에서 영업하는 개인택시 40대의 천장 캡에 센서를 달아서 대기환경, 교통 상황, 유동인구 등을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고 있다.

비교해봤다. 봄비 내린 다음 날인 11일 오전 9시. 대구 동구 신암동 신암5동 주민센터 3층 옥상에 설치된 대기오염 자동측정소가 측정한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40㎍, 미세먼지(PM-10) 농도는 62㎍였다. 초미세먼지는 ‘나쁨’, 미세먼지는 ‘보통’ 수준이다.

그 시각 대구공항 주변을 달린 택시가 측정한 초미세먼지 농도는 82㎍, 미세먼지 농도는 91㎍였다. ‘매우나쁨’과 ‘나쁨’ 수준이다. 대구시의 대기오염 자동측정소는 동구의 경우 신암동과 서호동에서 측정한다.

오전 10시. 달서구 호림동 대구기계부품연구원 4층 옥상에 설치된 대기오염 자동측정소가 측정한 초미세먼지 농도는 11㎍, 미세먼지 농도는 31㎍. 10시 20분. 달서구 감삼동을 지나는 택시의 센서가 알려준 초미세먼지 농도는 88㎍, 미세먼지 농도는 97㎍로 나왔다. 택시는 10초 단위로 실시간 정보를 전송했고, 대기오염 자동측정소는 1시간 단위로 정보를 공개하는 점도 큰 차이다.

KISTI 관계자는 “대기오염 자동측정소와 같이 환경부 지침에 따라 특정 장소 등에 특정 장비를 놓고 측정한 수치가 아니라는 이유로 환경부가 인정하지 않는 데이터가 됐다”며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시대에 공기 질의 경향성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들지만, 대구시가 예산 투입 등을 꺼려서 조만간 이 사업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근희 대구시 기후대기과장은 “택시에 장착한 센서 자체가 환경부 인증을 받지 못하는 등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아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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