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이라는 이유로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하지만, 이는 국토개발 불균형을 가속화 하고 지방 소멸을 앞당기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대기업의 지방투자를 유도하고, 지역경제를 회생시키는 수도권 공장총량제 준수를 강화해야 한다” 지난 1월 31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수도권 공장총량제 준수’ 촉구 공동 건의문을 발표하면서 박명재 지역균형발전협의회 공동회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자리에는 이철우 경북지사와 김영록 전남지사도 함께했다.

박 의원이 준수를 촉구한 ‘공장총량제’는 수도권의 공장건축 허가면적을 총량으로 제한하는 제도다. 서울과 경기지역의 과밀화 억제와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1994년 도입됐다. 3년 단위로 일정 면적이 정해지고 그 범위 안에서만 공장의 신·증설과 용도변경이 가능하다. 산업단지를 제외한 일반지역에 지어지는 건축물이 그 대상이다.

그런데 이 제도가 유명무실해졌다. 최근 경북 구미시가 유치를 희망했던 반도체클러스터의 입지가 경기도 용인으로 결정 났다. 구미는 물론 비수도권 지역의 집단 반발이 예상됐지만 정부는 SK하이닉스의 용인 입지를 승인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던 국가 균형발전 철학과 의지에 일말의 기대를 가졌지만 뒤통수를 얻어맞은 셈이 됐다.

문재인 정부의 반도체클러스터 용인 입지 승인은 국가균형발전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수도권 과밀화 억제와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만들어 놓은 ‘공장총량제’를 무력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장총량제의 예외 인정으로 기업의 수도권 집중은 가속화 할 것이다. 이미 구미국가산업단지에 있던 삼성과 LG 등 대기업이 수도권으로 옮겨갔다. 대부분 시군이 소멸 위기를 맞고 있는 경북과 전남 등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은 기업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지만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정책에 따라 탈(脫) 지방 가속화로 이어지고 있다.

공장총량제는 비수도권 지역의 생존을 좌우할 원칙인데도 정부가 스스로 이를 사문화(死文化)하고 있다. 수도권 규제 완화로 저출산 고령화의 지방소멸을 재촉하고 있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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