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도 체온이 있다면
온 몸에 꽉 채우고 싶은 말이 있다

다 담지 못할 것을 알면서

어둠은 깊이를 색으로 가지고 있다
더 깊은 색이 되기 위해

끝없이 끝없이 끝없이
계속되는 나무

한없이 한없이 한없이
돌아가는 피

궤도를 잃어버린 것 같았는데

이 집은 너무 작아서
죽어가는 소리도 다 들린다

긴 어둠처럼
얼굴이 흙투성이가 될 때마다

두꺼운 잠바를 입은 사람들이
숨을 목 끝까지 채우고 걸어가듯이

나는 바다를 통째로 머리에 쓰고
걸어 다니는 사람

수척한 천사를 데리고*

아슬아슬하게
대담한 사람으로 있고 싶었다.

*이상, '흥행물천사'

<감상> 제목인 론도는 ‘돈다’는 뜻으로 악곡에서 중심이 되는 주제가 삽입부를 사이에 두고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나타나는 형식이다. 론도형식처럼 시가 여러 겹으로 되어 있어 이해하기 어렵다. 궤도를 잃어버린 것 같지만 말의 체온, 어둠, 나무, 피가 끊임없이 돌아간다. 모두 담지 못하기 때문에 론도처럼 끊임없이 반복되는지도 모른다. 그 반복을 이겨내야만 원하는 것을 담을 수 있고, 그 깊이를 얻을 수 있다. 시인은 얼굴이 흙투성이가 되더라도 바다를 통째로 머리에 쓰고 대담하게 돌아다니는 사람이고 싶다. 그것도 “수척한 천사를 데리고”, 즉 위쪽 눈꺼풀에 아래 눈꺼풀이 늘 움직이듯이 그렇게 온몸에 자리매김하고 싶은 것이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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