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이 파랑의 팔짱을 끼니 일요일이네요

왼발 오른발, 나는 탈탈 호주머니 뒤집지요

레몬네이드 신맛과 단맛 허물어 하품으로 구기다 일으키는 몸
주섬주섬 챙겨 든 시집을 들고 그저모이기 카페로 내 몰려요

햇볕은 가면으로 눌러둔 달력을 빠져나오조

십 분마다 귀퉁이 찢기지 않도록 치밀했으니,
다가올 삼십 분은 잘 마른 빨래처럼 포개어줘야죠

마냥 팔짱만 낄 순 없는 일이라서, 간격을 두고도 버둥거리다가
일요일과 함께 파랑 속으로 굴러들죠

멈춘 사랑을 굴리러 가는 거죠





<감상> 파랑이 파랑을 깨울 때는 새벽녘, 파랑이 파랑을 부를 때는 저물녘이다. 둘 다 파랑이 파랑의 팔짱을 끼는 순간들이죠. 일요일의 자유를 만끽하다가 몸을 일으켜 시집을 들고 카페로 가죠. 허술했던 시간들은 지나고 이제 치밀한 시간을 준비하죠. 다가올 30분을 포개어 일요일과 함께 파랑 속으로 굴러들죠. 해가 진 후 어슬녘엔 파랑이 파랑을 부르므로, 사랑하는 그대의 마음이 가장 잘 보이는 순간이죠. 박쥐가 동굴 속에서 빠져 나와 어둠 속으로 날아가듯, 그때가 사랑에 빠지기 쉬운 시간이죠. 하여 이제껏 멈춘 사랑을 굴리러 가야 합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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