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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숙 기획자(ART89)
①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 ‘봄의 소리’를 들어본다. 봄이 오는 길목에 피어나는 꽃들의 따뜻한 속삭임과 지저귀는 새소리, 이제 막 아름다운 사랑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의 사랑 이야기가 들리는 듯하다. 짤막한 전주를 거쳐 세 개의 작고 우아한 왈츠가 이어지고 첫 왈츠의 주요부를 재연하며 끝을 맺는 형식이다.

②지난주 안동 병산서원을 다녀왔다. 서원의 만세루 앞쪽으로 강이 흐르고 마당엔 아직 조금은 덜 개화된 백매화가 보인다. 이곳에서 공부했던 유생들의 모습이 봄의 시작과 함께 그려진다.

이 글(①②)의 테마는 ‘봄’이다.

글이나 음악이나…그 창작의 중심이 되는 내용이나 주제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창작활동을 일으키는 원동력을 모티프(Motif)라고 하는데 테마와 동의어이다. 모티프는 어원적으로 ‘움직이다’에서 유래하며, 디자인 등 창작적 예술품에 담긴 크고 작은 주제를 말한다.

‘모티프는 장식적이나 구조적 또는 도상학적 목적을 위해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구성 또는 디자인 요소이다. 모티프는 구상적이거나 추상적일 수 있으며 때로는 상징적 의미가 부여된다. 모티프는 종종 개별 미술가의 작업을 통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임현우 옮김. 존 A. 파크스

강준 작가의 안과 밖. ‘IN - OUT‘
강준 작가의 안과 밖. ‘IN - OUT‘이라는 주제의 작품을 보자. 그간의 작업에서 지속적으로 이 주제를 담고 있다. 인간과 사회, 무의식과 의식의 세계, 작가와 작품이라는 이중적 구조의 모티프가 있다.

작가의 모티프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살펴보자.

‘예술이란 예술가의 체험을 기초로 한 사회적 현실의 생활 행태에 대한 형상적 인식이므로 시대적 상황과 결코 무관할 수 없다. 독립된 인간관계를 거부하고 사회라는 커다란 조직 속에 익명의 개인으로 흡입되는 과정에서 인간은 혼자 풀어낼 수 없는 복잡한 고리 속에 얽히게 되는데, 이른바 예술의 한 행태인 회화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현실 상황에 복잡하게 반응하는 내면적 자아를 밝혀보고 싶은 충동을, 화가가 작품에서 회화성을 갖는 과정과 인간의 <사회 속에서의 경험과 적응>이라는 카테고리(category)로 밝혀보고자 했다.’ 작가노트

강준 작가의 모티프에는 빛(인식의 시작), 그림자(이중적 구조), 선택된 자연(익명의 개인)의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조합을 통하여 새로운 이미지 (결과물)을 만든다.

‘의식적이든, 작가의 의도대로만 그림을 그리던 19세기 근대미술이 지니지 못했던 매력을 20세기 현대미술이 갖고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이러한 의도 밖의 세계-개인의 의지대로 흘러가지 않는 예상 밖의 현실, 작가 내적 의도를 벗어난 의외의 이미지 속에 있는 것이 아닐는지…. 의식과 무의식, 개인과 사회, 자아와 작품이라는 이중적 구조가 화면 속에서 부딪히고 융합되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는 일, 그것이 내 작업의 시작이자 끝이다’ 작가노트

작가 작업의 시작과 끝. 모티프(Motif)는 예술을 감상하거나 작품 속 장면이 무엇을 나타내는지 알 수 있는 방법으로 많은 모티프가 쌓일수록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즐거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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