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사단 "자연지진 아닌 조급한 사업추진이 빚은 인재"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한지질학회 주최로 열린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에 관한 정부조사연구단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포항시민단체와 시의회 등이 각각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조사단은 이날 인근 지열발전소의 포항지진 촉발 결론을 발표했다.
경북 포항이 지난 2017년 발생한 11·15 지진으로 인한 ‘지진 도시’라는 오명을 1년여 만에 벗게 됐다.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7년 11월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소에서 땅속으로 물을 주입하면서 촉발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포항지진은 자연 지진이 아닌 촉발 지진으로 결론이 남에 따라 포항지역이 지진 발생 도시가 아님이 증명됐다.

따라서 11·15 지진이 인재로 발표됨에 따라 피해 보상 등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껏 포항지진의 원인에 대해서는 인근 지열발전소에 의한 ‘유발지진’이라는 의견과 자연 발생적인 것이라는 의견이 대립해 왔다. 유발지진은 사람의 활동으로 발생한 지진을 일컫는다.

대한지질학회가 주축이 된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 20층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포항지진은 자연지진이 아니다. 지열발전 실증연구 수행 중 주입된 물에 의해 촉발된 것”이라고 지진의 원인을 결론 내렸다.

연구단은 지난해 3월부터 해외조사위원회와 국내조사위원회로 나눠 독립 연구조사를 진행한 결과, 양측 모두 지열발전소가 포항지진 본진을 유발했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이날 연구단 총괄책임자인 이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조사 결과 지열발전을 위해 실시한 수리자극(Hydraulic Stimulation)이 규모가 작은 지진들을 유발했다”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미소지진이 규모 5.4 지진의 진원에 위치했고 지속적으로 응력이 쌓여 포항지진을 촉발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결과 발표에 따르면 지진이 발생하기 전부터 포항 지하에는 내부에서 저항하는 힘이 세고 외부 압력이 높은 단층대가 존재했었다.

지열발전소 건립을 위해 지반에 구멍을 뚫고 고압의 물을 주입하자 단층이 가진 응력의 임계치를 넘어서 지진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단은 2009년 1월 1일 이후부터 포항지진 본진 발생까지 지진 관측자료를 분석하고 포항 진원에서 600m 거리에 위치한 지열발전소의 단층면과 공극압, 지하수 변화 등을 확인했다.

해외 조사위원장인 쉐민 게(Shemin Ge) 미국 콜로라도 대학 교수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가 지열 발전으로 인해 활성화됐다”면서 “2019년 지열 발전소 굴착 작업이 진행되던 시점과 소규모 지진 발생 시기가 일치하는 등 유의미한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지열발전은 수 ㎞ 지하에 물을 넣고 마그마 또는 온천 등의 열로 데워 발생시킨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포항의 경우 지열발전소에서 진행된 굴착과 물 주입 등의 과정 중 외부 저항력이 강한 단층대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열발전소가 지진을 유발했다는 결과 발표와 관련해 또 다른 지진을 우려하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대해 이강근 교수는 “본진 이후 응력이 대부분 해소된 상태에 지열발전소 운영도 중단된 상태라 당장 추가 지진이 발생하진 않겠으나 지속적인 단층대 모니터링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항지진은 2016년 9월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 중 역대 두 번째로 컸던 지진으로 기록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포항지진과 지열발전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포항지진 조사연구단’을 구성하고, 작년 3월부터 약 1년간 정밀조사를 진행해 왔다.

작년 4월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와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등이 참여한 국내 연구진은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을 위한 유체 주입(물 주입)으로 생긴 유발지진일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바 있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독일 포츠담대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진(디스트레스)도 포항지진이 유발지진으로 보인다는 결과를 냈지만, “결과는 잠정적인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당시 국내 학계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지질학회는 “지열발전과 포항지진이 연관돼 있을 가능성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명확한 판단을 위해 땅속 응력과 공극압(땅속 물의 압력)이 충분했는지 등 증거가 더 제시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곽성일, 류희진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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