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전래된 전 재산 기부 김서명 할머니 추모제사

▲ 북안면 당1리 주민들은 20일 김서명 할머니 제사를 지내고 있다.
20일 오후 봄비가 내릴 듯 말 듯한 흐린 날씨 속에 마을에서 70여 년째 한 할머니 제사를 지내주고 있다는 영천시 북안면 당1리 마을을 찾았다.

당리 마을 굽은 골목골목 길을 돌아 사룡산(四龍山) 기슭 산골동네에 할머니 묘소가 있는 산 아래에 도착했다.

이날은 음력 이월 열나흘로 매년 이맘때가 되면 북안면 당1리 마을 주민들은 하나둘씩 모여 제사 음식을 장만하며 제사상 차림에 온 정성을 기울였다.

이들은 다름이 아닌 김서명 할머니의 덕을 추모하기 위해 황병섭 (73) 농회 회장을 필두로 손용훈 이장, 이상재 면장 등이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모여 경건하게 제사를 지냈다.

이어 김 할머니 추모 제사에 참관한 마을 주민들은 함께 음복을 하며 나이 드신 어르신들에게 할머니의 유래를 들으며 고마운 뜻을 기리고 이웃 간의 친목을 다졌다.

마을 어르신들에 의하면 이 제사는 김서명 할머니가 1943년 향년 65세에 세상을 달리하시고 부터 지금까지 76년째 이 마을에 전래되고 있다는 것.

손용훈 이장은 “1940년대 당시 모두가 먹고 살기 힘든 어려운 시기에 친척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 재산을 마을에 기부한다는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그 때 함께했던 어르신들은 전부 돌아가셨지만 지금은 후손인 자식들이 유지를 이어받아 제사를 지내오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 주민들이 김서명 할머니를 추모하는 내용의 비를 세웠다.
추모비에 따르면 사룡산 정기를 받은 당동마을에서 최치운 할아버지와 혼인을 올린 김 할머니는 슬하에 자식이 없이 지내다가 돌연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작은 주막을 운영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김 할머니는 평생 알뜰하게 모은 전 재산 논과 밭을 당동 농회에 기증할 뜻을 전하면서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매장했다가 몇 년 후 화장하고 기일에 제사 지내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농회에서는 기꺼이 김 할머니의 뜻을 받아 들여 판공유사를 정해 매년 제사를 모시며 오늘에 이르게 됐다.

또 농회는 할머니가 물려주신 농지를 가난한 농회원들에게 경작하도록 해 생활에 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매년 이맘때면 회원들이 모여 할머니 제사를 올리고 숭고한 뜻을 보전해오고 있다.

또 회원들은 2009년 김서명 할머니의 공덕을 기리는 추모비를 세워 이웃사랑의 모범으로 삼으며 당리 마을의 자긍심과 함께 산 자와 죽은 자의 아름다운 약속을 지켜오고 있다.

권오석 기자
권오석 기자 osk@kyongbuk.com

영천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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