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전래된 전 재산 기부 김서명 할머니 추모제사
당리 마을 굽은 골목골목 길을 돌아 사룡산(四龍山) 기슭 산골동네에 할머니 묘소가 있는 산 아래에 도착했다.
이날은 음력 이월 열나흘로 매년 이맘때가 되면 북안면 당1리 마을 주민들은 하나둘씩 모여 제사 음식을 장만하며 제사상 차림에 온 정성을 기울였다.
이들은 다름이 아닌 김서명 할머니의 덕을 추모하기 위해 황병섭 (73) 농회 회장을 필두로 손용훈 이장, 이상재 면장 등이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모여 경건하게 제사를 지냈다.
이어 김 할머니 추모 제사에 참관한 마을 주민들은 함께 음복을 하며 나이 드신 어르신들에게 할머니의 유래를 들으며 고마운 뜻을 기리고 이웃 간의 친목을 다졌다.
마을 어르신들에 의하면 이 제사는 김서명 할머니가 1943년 향년 65세에 세상을 달리하시고 부터 지금까지 76년째 이 마을에 전래되고 있다는 것.
손용훈 이장은 “1940년대 당시 모두가 먹고 살기 힘든 어려운 시기에 친척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 재산을 마을에 기부한다는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그 때 함께했던 어르신들은 전부 돌아가셨지만 지금은 후손인 자식들이 유지를 이어받아 제사를 지내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평생 알뜰하게 모은 전 재산 논과 밭을 당동 농회에 기증할 뜻을 전하면서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매장했다가 몇 년 후 화장하고 기일에 제사 지내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농회에서는 기꺼이 김 할머니의 뜻을 받아 들여 판공유사를 정해 매년 제사를 모시며 오늘에 이르게 됐다.
또 농회는 할머니가 물려주신 농지를 가난한 농회원들에게 경작하도록 해 생활에 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매년 이맘때면 회원들이 모여 할머니 제사를 올리고 숭고한 뜻을 보전해오고 있다.
또 회원들은 2009년 김서명 할머니의 공덕을 기리는 추모비를 세워 이웃사랑의 모범으로 삼으며 당리 마을의 자긍심과 함께 산 자와 죽은 자의 아름다운 약속을 지켜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