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접촉 위해 군 통신선·판문점 채널 등 가동 가능성
"우리측 연락사무소 근무, 北에 언제든 돌아오라는 신호"

북측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하는 강수를 두면서도 남측 인원들의 잔류를 묵인한 것은 복귀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남측 인원들의 근무 체제 유지를 통해 북측의 복귀를 우회적으로 촉구하고 있으며, 끊긴 연락사무소 대신 다른 채널을 통해 북한 진의 파악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2일 ‘상부의 지시’라는 입장만 전달한 채 연락사무소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했지만, 남측 인원의 잔류는 사실상 묵인했다.

또 북측이 철수하면서 “남측 사무소의 잔류는 상관하지 않겠다”면서 “실무적 문제는 차후에 통지하겠다”고 언급한 것이다.

‘실무적 문제’는 잔류하는 남측 인원들에 대한 편의 보장과 남측 인원들의 출경 시 지원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측 인원이 북측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북측의 지원이 필요하다.

실제로 북측은 연락사무소 철수로 공백이 생긴 우리측 인원의 체류·출입 관련 협조 사항을 과거 개성공단을 담당했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앞으로 맡는다고 우리측에 통보해왔고, 전날 오후 우리 인원들의 입경도 총국의 지원 속에 순조롭게 이뤄졌다.

북측이 서류 정도만 챙기고 장비 등은 남겨둔 채 떠나고 남측 인원들에 대한 추방 또는 시설 폐쇄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이전 사례와 대비된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5·24조치에 대한 반발로 지난 2010년 5월 판문점 적십자 연락사무소 및 당국 간 통신 차단을 통보하면서 개성공단 내 남북경협사무소 우리 측 관계자 8명을 추방한 바 있다.

정부 당국은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에 북측이 철수하면서도 다시 돌아올 여지를 남겨뒀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북측 관계자들이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도 연락사무소 근무 상태를 유지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도 북측에 신속히 복귀해 연락사무소를 정상운영하자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당국자는 23일 “우리가 연락사무소에서 근무하는 것 자체가 북측에 언제든 돌아오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말 사무소 직원 9명과 지원 인력 16명 등 평소의 두 배인 25명이 연락사무소에서 근무하며, 김창수 연락사무소 사무처장 겸 부소장 등 다른 근무자들도 종전처럼 오는 25일 개성으로 출근한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오는) 월요일 출·입경은 평소와 같이 진행한다는 입장에서 구체적인, 실무적인 사안들은 가능한 대로 (북측과) 협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아울러 북한이 연락사무소에서 전격 철수한 배경과 진의 파악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측 철수로 연락사무소 채널은 끊겼지만 군(軍) 통신선이 살아있고 판문점 채널도 최근 거의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기술적으로는 열려 있는 상황이다. 또 정보 라인을 통한 물밑접촉 등이 가동될 가능성도 있다.

천해성 차관은 브리핑에서 “연락사무소 채널 외에 다른 군 채널 등은 현재 정상 가동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상황들을 저희가 종합적으로 보고 대응방안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천 차관 주재로 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했으며, 24일에도 회의를 개최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오늘 군 통신선 등 다른 채널이 유지되고 있다는 정도의 확인에 그쳤고 구체적인 활용 방안 논의는 없었다”며 “판문점 채널은 연락관들이 개성 연락사무소로 옮겨가 근무해와 통신선만 살아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측이 남측이나 미국의 대응 여하에 따라 행동 수위를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음 수순은 연락사무소 폐쇄나 남측 관계자 추방 조치 등이 거론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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